[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정부가 투표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영국의 투표 연령은 현재 만 18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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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5월 5일 실시된 영국 지방선거 당시 한 여성이 투표소 표지판을 붙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키어 스타머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시민사회 정상회의'에서 "다음 총선(2029년)부터 투표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스타머 총리는 "그들은 일하러 나갈 나이가 됐고, 세금을 낼 나이가 됐다"며 "세금을 내면 내 돈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선거 제도를 바꾸려면 의회의 법제화 과정이 필요하지만 스타머 총리는 작년 총선 때 이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결국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며 "제도 개편 추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표 연령의 하향 조정은 현 집권 여당인 노동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ITV가 여론조사기관 멀린 스트래티지(Merlin Strategy)에 의뢰해 16~17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이 20%, 녹색당 18%, 자유민주당 12%, 보수당 10%였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16~17세 인구는 약 160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1 야당인 보수당은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보수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 개혁안은 적절한 협의 없이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으로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폴 홈스 보수당 의원은 "16세 젊은이는 선거에서 투표할 수는 있지만 후보로는 출마할 수 없고, 투표는 할 수 있지만 복권을 사거나 술을 마시거나 결혼을 하거나 전쟁에 참전할 수는 없다"며 "완전히 혼란스러운 정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은 1969년 투표 연령을 만 21세에서 만 18세로 낮췄다.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춘 것은 영국이 전 세게에서 처음이었다.
BBC는 "투표 연령이 16세 또는 17세 이상인 나라로는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브라질, 쿠바,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