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미투’ 폭로 이후 89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안희정(53) 전 충남지사는 재판 내내 판사석 쪽으로 몸을 틀어 앉았다. 증거로 제시된 서증을 들여다보며 안경을 고쳐 쓰기도 했지만 대체로 재판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피고인석 대각선 방향에는 피해자 김지은(33) 전 충남도 정무비서가 앉아 재판을 지켜봤다. 김씨는 안 전 지사 측 변호인 변론을 들으며 고개를 숙이고 받아 적기도 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일 오후 2시부터 피감독자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 대한 서증 조사를 진행했다.
안 전 지사는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 자료를 보며 간간이 변호사와 대화를 나눴다. 김씨와 나눈 대화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을 보면서는 인상을 쓴 채 약 10초간 이마를 짚기도 했다.
약 80분 동안 진행된 오후 심리에선 검찰이 제시한 증거 목록을 검토했다. 이로써 재판부는 오전 심리를 포함해 모두 절차와 증거조사를 모두 마쳤다.

이날 오전 열린 모두절차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낭독하며 “피고인이 업무적 지시를 가장해 술·담배 등 기호식품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뒤 덫을 놓고 기다리는 사냥꾼마냥 피해자를 유인했다”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범죄”임을 강조했다.
이어 “김씨를 강제추행하고 간음했던 러시아 출장 범행이 집약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는 김씨가 일을 시작한 지 26일 만”으로 “밥이나 차를 마시는 등 이성적 호감이 생길 만한 계기가 없었다”고 역설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즉각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변호인은 “신체적 접촉 사실은 인정하나 위력은 없었다”며 ‘합의된 관계’임을 재차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차기 유력 대선후보라는 인지도 자체가 위력이 될 수는 없다”, “피고인 캠프 분위기는 다른 곳보다 자율적인 분위기였다”, “도청 분위기가 개인의 자유의지를 억누를 정도로 위압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변론했다.
이어 안 전 지사 측은 “부적절한 관계를 반성하며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형법상으론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재판을 마친 안 전 지사는 법원 밖으로 나서며 “모든 쟁점은 법정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방침”이라며 “그 방침에 따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차에 몸을 실었다.
2차 공판은 6일 오전 피해자 증인신문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zuni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