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소', '일라후이' 등 한국기업 흉내 낸 중국 브랜드, 베트남부터 호주까지 진출
"한국 기업에 피해"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이케아와 골드만삭스 등 서방 브랜드의 짝퉁을 만들던 중국이 한국으로 눈을 돌려 한국 짝퉁 브랜드를 전 세계로 진출시키고 있다.
한류 열풍을 틈타 지난 2년 간 한국 브랜드를 모방한 중국 소매점들이 베트남부터 필리핀까지 동남아시아는 물론 호주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한국 제품을 보이콧하던 중국이 한류 열풍에 편승해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파스텔 색상으로 꾸며진 이들 소매점에서는 K팝이 흘러나오고 한글 간판까지 달려 있어 서울에 그대로 옮겨놔도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다. 주로 미용 용품인 제품들도 유명한 한국 브랜드의 이름과 디자인을 베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무무소가 대표적인 한국 짝퉁 판매체인이다. 무무소는 자사 홈페이지에 한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키며 “무무소는 한국 패션 브랜드”라고 소개하며 '무궁생활'이라는 한글 이름까지 써 놓았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베트남에서 무무소나 ‘일라후이’ 등 한국 짝퉁 상점이 100개 가까이 문을 열었다.
필리핀에서는 같은 기간 무무소 상점만 38개가 생겼다. 마닐라 무무소의 한 직원은 무무소가 한국 기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에 있다는 무무소의 주소는 가짜로 드러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음악, 영화, 책, 게임 등 한국의 문화 수출 규모는 73억달러(약 8조121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전년비 9% 가까이 증가하는 규모다.
특히 최근 수년 간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가 급등해, 지난해 화장품 수출 규모는 40억달러로 2009년의 4억5100만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마닐라 무무소 매장을 찾은 한 필리핀 소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국하면 고품질 화장품이 떠오른다”고 말했고, K팝 팬이라는 또 다른 여성은 “한국적 스타일 때문에 무무소 매장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과거사나 영토 분쟁으로 이들 동남아 지역에서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한국은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또한 한국 대기업이 동남아에 진출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어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한층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의 최대 외국 투자자로 베트남 전역에서 1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FT는 이러한 한국 짝퉁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사드 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이 쫓겨난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동남아 등 여타 지역에서도 한국 브랜드를 대체하며 결국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브랜드를 모방한 중국 기업 '무무소'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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