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포함 투자자들 구리 순매도 전환, 2016년 미 대선 이후 처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헤지펀드를 필두로 월가의 펀드 업계가 주요 금속 상품에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로 인해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구리를 포함해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원자재는 물론이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도 순매도 포지션을 전환했다.
구리 <사진=블룸버그> |
관세 전면전 속에 중국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13개월래 최저치로 밀렸고,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동반 하락하면서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받는 상황도 금속 상품 전반에 악재라는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펀드 업계가 구리에 대해 3만계약 가량 순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자들이 구리에 대해 매도 우위 전략을 취한 것은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처음이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톤 당 7348달러까지 오르며 4년래 최고치에 거래됐던 구리가 공격적인 매도에 시달리는 것은 소위 G2(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들의 무역 마찰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플래티늄과 금에 대해서도 펀드 업계는 하락 베팅에 무게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플래티늄의 순매도 포지션은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 아울러 약 2년 6개월에 걸친 금값의 상승 사이클이 종료를 맞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 밖에 원자재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도 얼어 붙는 양상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내외에서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천연가스와 경유는 최근 2개월 사이 강한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관세 전면전의 주요 품목 가운데 하나인 콩과 콩기름에 대한 펀드 업계 포지션도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상품시장 전반으로 매도 공세가 확산되는 것은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상승 이외에 보다 구조적인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고, 투자은행(IB) 업계와 국제 기구는 글로벌 경제의 침체를 경고하고 있다.
최악의 위기를 모면한다 하더라도 경기 사이클의 하강 기류는 주요 원자재의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사실상 위안화 평가절하를 용인하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신흥국 통화가 하락 압박을 받는 정황도 상품 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재로 꼽힌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 마찰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 확대 및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상품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무역 마찰 이외에 중국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원자재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고, 실제로 과거 10년간 건설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상품 가격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