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따릉이 헬멧 무료대여…시행 5일만에 절반 분실
사용자 "인프라·음주자전거·교육 등 안전문제가 더 시급"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서울시가 공공자전거 따릉이 안전모(헬멧)를 무료로 빌려주는 것을 두고 비관적 시선이 이어진다. 관리는 물론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의견이 적잖다. 부실한 전용도로, 자전거 음주·과속 등 정작 중요한 안전문제는 제쳐놓고 헬멧에만 집착하는 행정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올가을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를 앞두고 이달부터 따릉이 헬멧 무상대여를 시범운영 중이다. 지난 20일에는 여의도 대여소에는 따릉이 헬멧 858개가 비치됐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미 자전거 헬멧 대여를 시범운영 중이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지자체가 헬멧 보급에 나선 건 최근 자전거 안전사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5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탑승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4249건에서 지난해 5659건으로 늘었다. 사망자 수도 101명에서 126명으로 24% 증가했다.
9월 28일부터 전국에서 자전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다. 2018.07.20 deepblue@newspim.com [사진=이윤청 기자] |
하지만 헬멧 대여는 초반부터 이래저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일단 시민 반응이 시큰둥하다.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하필 여름철이라 위생문제도 불거졌다. 한강변에서 헬멧 없이 따릉이를 타던 한 시민은 “찝찝하고 냄새도 난다. 잠깐 타는 건데 굳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비치대를 아예 외면하는 사람도 보였다.
분실·파손 문제도 있다. 시행 고작 5일 만에 절반 가까운 숫자가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4년 공용헬멧을 비치했던 대전시는 시행 두달 만에 헬멧 90%를 잃어버렸다. 부족한 시민의식도 문제지만 아까운 혈세만 들이부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단체 및 자전거애호가들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말한다. 안전 상 시급한 과제는 따로 있는데 지자체가 헬멧에만 집착한다는 것. 한만정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대표는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자전거 선진국 어디서도 헬멧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다"며 "쓰면 안전한 것은 맞지만 강제할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애호가들은 헬멧보다 △인프라 확대 △음주·과속 단속 △안전 교육 문제를 급선무로 친다. 특히 부족한 것은 인프라다. 현재 서울시내 자전거 전용도로는 부실한 곳이 많다. 엉뚱한 곳에서 노선이 끊기거나 군데군데 장애물 탓에 원활한 주행이 어렵다. 전용차선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는 현행법상 ‘차’여서 많은 이용자들이 버스나 트럭 틈을 달리는 위험한 상황이 반복된다.
어설픈 전용도로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4월 개통한 종로 자전거전용차가 대표적. 길 자체가 비좁은 데다 오토바이, 택시 등의 침범이 잦다 보니 “목숨 걸고 타야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시가 이달부터 부랴부랴 인력을 투입해 최대 6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영등포구 따릉이 대여소에 따릉이 전용 안전모 시범운영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2018.07.20 deepblue@newspim.com [사진 = 이윤청 기자] |
이른바 ‘취전거’도 안전사고의 원인 중 하나다. 회식이 끝나고 대중교통이 끊기면 자전거를 타고 야밤 음주주행을 일삼는 애주가들이 있다. 따릉이도 예외는 아니다. 전기자전거 과속은 통제할 수단이 없어 일반자전거와 충돌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 대표는 “자전거 사고 당사자 대부분이 노인들인데 제대로 된 교육도 없다”며 “인프라나 교육 등 기본적인 것부터 안 되는 마당에 헬멧이라니 한마디로 생색내기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사용자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인데 당장 헬멧 착용 의무화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개정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9월 28일부터 전국에서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면 위법이다. 출퇴근길이나 산책, 동네 편의점에 갈 때도 무조건 헬멧을 써야한다. 다만 처벌 규정이 따로 없어 헬멧을 쓰는 사람이 늘어날 지는 지켜볼 일이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