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10월·집유2년→2심서 무죄
재판부 “조영남 그림은 아이디어가 핵심”
조영남 “앞으로 그림 더 진지하게 그릴 것”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대작(代作) 작가를 기용해 그림을 그렸음에도 이를 구매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그림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가수 조영남(73)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화가 겸 가수 조영남이 1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관 421호에서 열린 대작 사기 혐의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오고 있다. 2018.08.17 deepblue@newspim.com |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수영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조 씨의 지시를 대작 작가인 송모 씨와 오모 씨에게 전달한 조 씨의 매니저 장모 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아이디어’를 창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미술사적으로 유명 화가들이 도제교육의 일환으로 회화 조수를 기용했고 오늘날에도 조수 또는 보조인력 고용해 작업 분담시키거나 특정 기술자에게 의뢰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팝아트 등 현대미술에 있어서 작가의 영역은 오로지 아이디어의 참신성에 있고 고용된 다수의 조소 또는 전문 인력을 이용해 대량생산하는 방식은 널리 퍼지는 추세”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작품들은 화투를 꽃으로 표현하는 등 조 씨의 아이디어가 핵심인 작품들”이라며 “송 씨와 오 씨는 보수를 받고 조 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조수일 뿐 예술적인 능력을 구현한 미술작품 작가라고 표현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보조작가를 기용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판매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고지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작품의 구매 동기는 감상용, 투자용 등 다양한 이유가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작가의 친작인지 여부가 구매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화가 겸 가수 조영남이 1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관 421호에서 열린 대작 사기 혐의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오고 있다. 2018.08.17 deepblue@newspim.com |
앞서 조 씨는 대작 화가 송 씨와 오 씨가 그린 그림에 덧칠을 하고 자신의 서명을 하는 등 별다른 설명 없이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판매해 1억5300여만원의 이익을 거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송 씨 등이 작품에 기여한 정도를 보면 단순히 피고인의 창작 활동을 돕는 데 그치는 조수에 불과하기보다 오히려 작품에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 한다”며 조 씨에 징역 10월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판결이 끝난 뒤 조 씨는 “오히려 재판 때문에 그림을 더 진지하게 그릴 수 있었다”며 “바빠서 엄벙덤벙 그림을 그리고 조수들을 썼는데 그렇게 안 하고도 그림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씨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현대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 판결로 대한민국의 미술이 전세계적인 추세와 같이 가도 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재판부의 판단에 경의를 표하고 현대미술이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판결의 의의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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