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R&D 20조원 이상이라도 증가율 정체 달라지지 않아"
미국 7.7%, 일본 22.2% 증가에 비해 "거꾸로 간다" 비난 고조
‘한국형 R&D 패러독스’ 고착화 우려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이 2016년 이후 사실상 1%대에 머물고 있다. 내년 R&D 예산이 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증가율로 보면 정체상태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27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오픈포럼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R&D 예산 증가율이 크게 하락한 데 이어 최근에는 증가율이 거의 1%대의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R&D는 최근 3년간 증가율이 1.5%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증가율인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내년도 정부 R&D 예산도 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정부 R&D 19조7000억원과 비교해 볼 때 증가율로 따지면 지난 3년간의 정체상태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도별 정부 R&D 예산 단위는 조원 [자료=과실연] |
전년대비 정부 R&D 예산증가율 추이를 보면, 2009년 11.4%, 2010년 11.0%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2011년 8.7% ▲2012년 7.6% ▲2013년 5.5% ▲2014년 5.1% ▲2015년 6.2% ▲2016년 1.1% ▲2017년 1.9% ▲2018년 1.1% 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정부 R&D는 최근 3년간 증가율이 1%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주요국의 감소했던 R&D 예산규모가 다시 증가하는 경향과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올해 정부 R&D 예산은 전년대비 7.7% 증가해 1687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올해 일본 정부의 과학기술 관계 예산은 전년보다 22.2%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임기철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이날 뉴스핌과 통화에서 “저성장인 상황에서 복지지출 확대로 정부 R&D의 투자 여력이 감소해 R&D 증가율의 급격한 감소 및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1%대의 R&D 증가율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정부의 R&D 투자비중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고 연구현장 실질 투입 연구비 역시 높지 않은 수준이다.
정부 R&D 예산 현황 분석 [자료=과실연]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내부 분석자료 등에 따르면 국가 전체 R&D에서 정부 투자 비중은 한국 24.7%(2015년)인 데 비해 ▲미국 34.7%(2013년) ▲독일 29.2%(2013년) ▲프랑스 37%(2013년) ▲영국 34.6%(2014년) 등이었다.
이런 구조가 이른바 ‘한국형 R&D 패러독스’의 혁신을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혁신에 역행하는 저효율성을 고착화시킨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임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투자 2위, 정부투자 1위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논문수나 논문당 인용순위 등 질적 지표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R&D 연구성과는 세계 하위 수준이라는 평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비 대비 기술료 수입은 OECD 전체 회원국 가운데 ‘바닥권’으로, 미국 대비 기술료 수입이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공공 R&D의 경제적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리더십 악화, 정부 R&D 시스템의 저효율성 구조 지속, 산학연 개방형 협력 부족, 양적 성과 위주 평가체계 지속 등의 문제점에 대해 지금이라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고효율 혁신 생태계 재구축'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