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인식 시점 제시, 산업 특성 적극 고려
[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금융당국이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R&D)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간 문제가 됐던 연구개발비 자산화 시점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업계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현행 회계기준의 합리적인 해석범위 내에서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의 모습.[사진=김학선 기자] |
이어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해 연구개발비를 어느 시점에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독기준을 제시하겠다”며 “기업의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업무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연구개발비 자산화 정책을 공시한 115개 국내 제약ㆍ바이오 기업 중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곳은 30사에 불과했다. 특히 그 중 22사만이 정식 승인 전(전임상~3상)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대부분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회계처리 기준뿐만아니라 감독방식에 대한 유연한 변화도 예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제약ㆍ바이오 분야와 같이 산업 특성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부문부터 ‘대화와 지도‘ 방식의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감리 결과 회계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인한 회계오류가 발견되면,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감독업무 수행과정에서 개별 산업의 성숙단계나 회계기준의 도입 시점도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신약 개발 등 국내에서 회계기준 적용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분야는 기업 스스로 회계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인 ‘감리선진화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와 함께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또 금융당국은 상장관련 제도의 개선도 검토한다. 김 부위원장은 “연구개발비를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할 경우 재무상태 악화에 따른 상장 퇴출 등을 우려하는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의 재무상황을 잘 알린 기업들이 불합리한 상장 관련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상장관련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거래소와 함께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오늘 이 회의가 제약․바이오를 포함한 모든 산업분야에 대한 회계감독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