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를 위협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높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WTO가 미국에 더 나은 대우를 하지 않으면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그들이 태도를 개선(shape up)하지 않는다면,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며 WTO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이전의 그 어떤 무역 거래 중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WTO 탈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보다 전 세계 경제에 훨씬 중요한 사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미국 주도 글로벌 체제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WTO는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주요국의 노력으로, 미국의 주도 아래 지난 1994년 창설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수년간 미국을 "매우 나쁘게" 대우하고 있어 미국이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WTO가 그들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001년 WTO가 중국의 가입을 허용한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또 WTO가 중국 같은 '비(非)시장경제국'을 다룰 수 없다면서 미국은 WTO에 더욱 공격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WTO의 분쟁 해결 제도가 특히 반(反)덤핑 사안에서 미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WTO 항소 기구의 판사 임명을 막아 향후 수년 간 이 조직이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작년을 제외하고 소송에서 이긴 적이 거의 없었다"며 "지난해에는 우리가 많이 승리하기 시작했다. 왜 그런 줄 아느냐. 그들이 하지 않으면, 내가 거기에서 나갈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WTO 무역분쟁에서 제소한 국가들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으며, 제소를 당한 국가는 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소재 카토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이 WTO 제소를 개시한 경우 90%의 비중으로 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제소를 당한 경우 같은 비중으로 패배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WTO의 분쟁 해결 시스템이 망가져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유럽연합(EU)은 WTO를 둘러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개혁을 제안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지난주 EU와 일본 관리들은 워싱턴을 방문해 WTO의 중국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WTO의 변화 등을 논의했다.
WTO 탈퇴 위협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을 겨냥해 각국에 대한 환율 조작 여부 결정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 방식(formula)을 매우 열심히(strongly)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최근 경제 성장 둔화에 대응해 자국 통화를 절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지난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이같이 설명이나 증거가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행정부의 조사 결과와 충돌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과 유럽연합(EU)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여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3% 초과 여부 ▲외환시장 반복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여부) 등 세 가지 기준으로 '환율 조작국'을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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