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오픈마켓 11번가가 9월 1일부로 SK플래닛에서 분사해 신설법인으로 출범한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가세한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11번가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SK플래닛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11번가를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11번가 신설법인은 SK텔레콤에서 인공지능(AI)을 총괄하던 이상호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이 이끈다. 이상호 신임대표는 SK텔레콤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를 진두지휘한 기술 전문가다. 이전에는 SK플래닛에서 기술총괄(CTO)을 역임한 바 있다.
이 신임대표의 지휘 아래 11번가는 음성인식·이미지 검색 등 첨단 ICT 기술를 유통에 접목시켜 시너지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아마존이 AI 스피커 에코를 활용해 가입자 락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11번가도 AI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오는 2019년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그대로 유지한다.
특히 11번가는 이번 분사를 통해 보다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이커머스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모회사인 SK텔레콤에서 SK플래닛, 11번가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가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인원 구성도 마쳤다. 기존 SK플래닛 1600여명의 임직원 중 1000여명이 11번가 신설법인으로 분할돼 나온다. 새 출발과 함께 외부 투자도 유치해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위한 실탄도 마련했다.
11번가 BI |
SK텔레콤은 11번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H&Q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H&Q는 국민연금, 새마을금고와 함께 11번가 전환상환우선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5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8.2%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영역 확대와 첨단 기술과 이커머스 융합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수혈된 자금은 인공지능(AI) 음성·주문 결제와, 신선식품 사업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다. 지난해 11번가 거래액은 9조원 수준으로 온라인쇼핑 업계 2위까지 치솟았지만 적자폭도 그만큼 확대됐다.
2015년 58억원 규모였던 SK플래닛의 영업적자는 11번가를 흡수합병한 2016년에 365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11번가 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이다. 11번가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쿠폰 발행 등 과도한 마케팅은 지양하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SK’ 간판을 떼고 홀로서기에 나선 만큼, 내부 구성원의 불안감도 해소해야 한다. 11번가 직원연대노동조합은 사측에 내부 직원의 동의 없는 SK 브랜드 삭제 배경과 이에 대한 보상방안, 근로조건 승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그간 SK 울타리에 기대던 11번가가 조직 정비와 자금 수혈을 마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며 “특히 분사에 따른 내부 구성원들의 동요도 만만치 않은 만큼, 새 법인이 추진력을 받기 위해서는 내홍을 줄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호 11번가 대표 내정자 [사진=11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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