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장 한국경제학회장 등 지낸 원로 경제학자
신간 '민본경제'에서 신뢰 기반 경제정책 필요성 강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는 겁니다. 현상이 틀린 것은 없고 결국 틀린 것은 이론이죠. 알프레드 마샬이 한 말처럼, 마음은 따뜻하지만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 사회에 따뜻한 마음은 많지만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정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민본경제' 저자 정창영 [사진=나남] |
경제학자 정창영이 신간 '민본경제'(民本經濟)를 출간했다. 책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현재의 경제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제시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연세대 총장을 지낸 저자는 11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민본에 기반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민본'은 '서경'에 나오는 '국민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든든해야 나라도 평안하다'(民惟邦本 本固邦寧)는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세상이 변한다고 해도 핵심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민본은 3000~4000년 전의 고대 사상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도 국민 일반의 지지가 있어야 존속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저자는 "침체로 보긴 어렵지만 급속하게 둔화되고 있다. 정도를 따라야 한다. 우리가 저성장 함정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방법은 정도(正道)가 가장 안전하다. 오랫동안 못했지만 중요한 노동 개혁, 공공부문 개혁, 교육 개혁, 금융 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민본경제' 저자 정창영 [사진=나남] |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저자가 강조하는 요건은 '신뢰'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필수적인 제도 개혁을 위해선 사회 구성원 및 국민과 정부 간 신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 회복이 제일 필요하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스웨덴 같은 나라가 개혁할 수 있었던 것은 노사정이 서로 믿는 관계에서 가능했다"며 "그 다음으로 시장 기구 활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체이며, 기업이 투자를 해야 경제가 선순환된다. 우리나라가 제일 취약한 부분이 중견, 중소, 벤처기업이다. 대기업과 상호보완해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에 출간된 '민본경제' 제1권은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민본경제 △2장 산 경제학의 창조 △3장 성장잠재력의 확충 △4장 중산층의 확대 △5장 일자리 창출 △6장 주거안정이다. 저자는 "5장과 6장이 국민들 생활에 밀접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민본경제' [사진=나남] |
이후 출간될 제2권은 △7장 건강(저출산) △8장 교육 △9장 서민금융 △10장 한반도의 재통일로 구성된다. 저자는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10장이다. 한국 경제가 약진할 수 있는 건, 남한만으론 어렵다. 20~30년이 지나면 미국, 중국 외에 세계 어느 나라와도 견줄 수 있을 거라고 골드만삭스에서 얘기했다. 하나로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경제학자가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자 정창영은 미국 남가주대학(USC)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15대 총장, 한국경제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명예교수, 삼성언론재단 이사장, 삼성경제연구소 고문, 함께나누는세상 상임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정교수의 경제교실', 'IMF 고통인가 축복인가', '경제발전론', '경제학원론' 등이 있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