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진상조사위, 백남기‧쌍용차‧용산참사 소송 취하 권고
경찰 승소 소송…“왜 취하하라는 거나” 반발 거세
행안부 소속이지만, 청와대 성향 따라가서는 안 돼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이미 결론이 난 경찰의 과거 문제에 대해 사과와 소송 취하 등을 권고하면서 경찰 내에서 불만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8월 9일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원 故염호석 장례식 사건 조사’△21일 ‘백남기 농민 사망 유가족에 사과 및 손배소 취하’ △28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농성 사과 및 소송 취하’ △9월5일 ‘용산 화재 참사 사과 및 정책 개선’까지 모두 4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권고안을 내놨다.
이 가운데 백남기 농민 사망과 쌍용자동차 농성, 용산 화재 참사 3건에 대해서는 모두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판단하며 경찰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고(故) 백남기씨의 장례미사를 마친 운구행렬이 노제 장소인 종로1가 르메이에르 빌딩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용산 참사 소송 진행 상황을 지켜봤던 A경위는 “용산 남일당 화재는 시위대가 경찰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화염병을 던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미 대법원에서도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라고 판결한 건데, 그걸 진상조사위가 뒤집어서 반대로 권고하니 우리는 경찰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몰아가는 거로 본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B경정은 “쌍용차 사태의 경우 이미 소송에서 경찰이 2심까지 승소했는데, 진상조사위가 공식 사과와 소송 취하를 권고하니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진상조사위의 권고안이 앞으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 진상조사위의 용산참사 사건을 과잉진압으로 인정한 점에 대해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2018.09.05 justice@newspim.com <사진=박진숙 기자> |
서울의 한 경찰서 C경위는 “진상조사위는 시위대의 경찰 장비 파손이나 신체 폭행과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그럼 앞으로 발생할 불법 집회나 시위를 경찰이 어떻게 통제하라는 것인지, 경찰을 정말 무력하게 만든다”고 반발했다.
경찰청 내부에서는 진상조사위에 진보적인 성향의 위원이 많아 이러한 권고안이 나오는 걸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25일 발족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총 10명이다.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했다.
경찰 추천위원은 송민헌 경찰청 기획조정관, 임호선 경찰청 차장, 박노섭 한림대 국제학부 교수 등 3명이다.
민간위원은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장인 유남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비롯해 위은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노성현 서울지방변호사회 노동인권소위원장 등이다.
D경정은 “최근 자치경찰,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 관련 권한이나 권력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보니 경찰이 함부로 목소리를 낼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진상조사위의 권고안을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라 윗선에서도 쉽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E경감은 “경찰이 행정안전부 소속인 정부기관이긴 하지만, 너무 청와대 성향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국민의 생명을 담당하는 경찰은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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