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채 시장 활황에도 발행 목표 못채워
등급 하락에 기관투자자 외면...사모채도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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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두산중공업이 회사채 공모발행을 포기하고 사모발행으로 노선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진행된 두산중공업(BBB+)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500억원 모집에 410억원만 참여했다. 경쟁은 0.82대1에 그쳤다. 특히 300억원 어치를 발행하려던 1.5년물은 전액 미매각 됐다.
두산중공업은 2년물 증액발행에도 불구 당초 계획했던 1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500억원을 모집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90억원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에서 떠안았다.
이같은 흥행 실패는 BBB+인 신용등급과 차입금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회사채 1900억원, 유동화차입금 608억원, CP 1432억원, 전단채 4055억원, 금융기관차입금 2조5454억원 등 3조3549억원에 이른다.
동대문 두산타워 전경 [사진=두산] |
◆ 신용등급 하락에 수익률곡선타기전략 막혀...기관 수요 사라져
앞으로도 공모 발행이 쉽지 않을 거라는게 금융투자업계의 관측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1년 전만 하더라도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은 A-로 3년만기 채권을 매수해 1년 후 내다파는 수익률곡선타기전략(Yield Curve Riding Strategies)을 사용하면 연 7%대 투자수익률이 가능했다"면서 "하지만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이 BBB+ 등급으로 떨어지며 만기전 매각이 불가능한 상태가 돼 매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 인상 위험에까지 노출돼 더이상 이 전략을 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익률곡선타기전략은 만기 전 채권을 매도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기관투자자들이 BBB+등급 이하를 비우량채로 설정해놔 두산중공업 회사채로 수익률곡선타기전략을 시도하다 자칫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은 지난해 12월 A-에서 BBB+등급으로 한 등급 내려 앉았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사실상 살 수 없는 등급이 된 것이다.
결국 두산중공업은 공모 대신 사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 5월 1000억원의 회사채를 사모로 발행했다. 올해 전체 발행액 15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사모로 조달한 것.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감독 강화돼 예전보다 정보공개 요구사항이 늘어나 회사채 발행 준비 기간이 늘어났다"면서 "특히 두산중공업처럼 재무리스크나 그룹리스크가 있는 기업은 더 엄격한 검토가 이뤄지기 때문에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는 사모채권 발행으로 선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최근 우호적인 수요로 인해 회사채 발행에 나선 측면이 강했다"면서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 분위기를 통해 발행 유보나 다른 방법을 통한 조달 요인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 역시 "비우량 기업은 공모 발행시장 소화가 어려울 경우 사모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사모발행 통해서도 회사채 발행 쉽지 않을 전망
문제는 두산중공업의 사모 발행도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중소형증권사 임원은 "현재 두산그룹의 상황은 총체적인 난국"이라면서 "공모발행은 막혔고, 사모발행조차도 참여자를 구하기 힘들어 공개적으로 청약자 모집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한 투자카페 채권매물 정보로 '(모집중) 두산(A-, 부정적) 사모사채 2년물 민평 언더 발행 목표(현재 4.336%), (모집중) 두산인프라코어(BBB0, 안정적) 사모사채 2년물 5.10% 발행 예정' 등이 올라와 있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 3조원 이상으로 상환부담이 큰 데다, 장기채가 단기차입금으로 차환돼 차입금 기간구조의 단기화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의 최대주주로서 자금지원부담이 높은 것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1년내 상환 차입금 비중은 2016년 49.3%에 불과했으나 올 1분기 기준 70.7%까지 높아졌다. 두산그룹 계열사 전체가 2022년까지 만기를 맞는 회사채는 총 2조5376억원에 달한다. 이중 내년 중에 만기인 회사채는 908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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