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1500만 중소기업인 대변
부총리급 예우받으며 각계 인사 만날 기회 가져
[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한국 사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만나자고 하면 거절할 배짱을 가진 인사가 있을까요? 중소기업중앙회장의 뒤에는 1500만 중소기업인과 가족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숨은 '키맨'이 바로 중기중앙회장입니다."
지난 10일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면담하는 것을 지켜본 중기 관계자의 말이다.
박성택(왼쪽) 중기중앙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문희상 국회의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
박 회장이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난 목적은 주52시간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특별히 시급하다고 보기 어려운 현안으로 국회를 방문한 박 회장이었지만 '입법부 수장'의 환대는 깎듯했다.
박 회장은 이날 문 의장과의 환담에 이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홍일표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도 연달아 만나 중소기업 현안을 논의했다.
반나절만에 한국 정치계를 움직이는 유력 인사들을 모두 만난 것이다. 한 관계자는 "경제5단체(대한상의, 무역협회, 경총, 전경련, 중기중앙회)의 단체장 가운데 국회의장과 원내 대표를 당당하게 만날 수 있는 인사는 중기중앙회장이 유일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1500만 중소기업 이익 대변
중기중앙회장은 부총리급 예우를 받으며,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 고위층을 만날 기회가 많다.
중기중앙회장이 이렇게 영향력을 갖게 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중기중앙회라는 기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기중앙회는 경제 5단체로 분류되지만 위상은 독특하다. 중기중앙회는 경제 5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중소기업 종사자수는 1450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또,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사업체 수의 99.9%, 종사자 수의 90.2%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명목상으로 중기중앙회의 수장은 한국의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가량, 전체 사업체의 절대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중기중앙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기협동조합)을 살펴보면 중기중앙회장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중기협동조합은 중소기업자의 경제적 지위향상을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6월 30일 현재 지역 및 업종별로 500여곳이 있다. 업종별 협동조합을 살펴보면 금속, 가구, 레미콘, 수산, 화훼 등으로 한국 사회의 다양한 업종들이 빠짐없이 망라돼 있고, 지역별 협동조합을 살펴보면 서울, 부산, 광주 등으로 전국 조직을 갖추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기협동조합처럼 전국에 걸쳐 업종별로 엮여져 있는 풀뿌리 조직을 찾기란 쉽지 않다"며 "탄탄한 업종별, 지역별 조직을 둔 중기중앙회장의 역할과 영향력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회장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부터 신영선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최전남 한국자동제어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한정화 한양대 교수(22대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이윤보 건국대 교수(21대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사진=중기중앙회]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상 강화
친(親) 중소기업 성향을 가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기중앙회장의 위상은 강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들러 중소기업 지원 간담회를 갖거나 현안을 논의했다.
중기중앙회장은 한국의 경제계에 영향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중기중앙회가 홈앤쇼핑의 최대주주(32.93%)이자, 100만 가입자를 둔 노란우산공제 운영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란우산공제는 매월 일정액을 납입한 가입자에게 폐업, 사망, 노령 등 공제 사유가 발생할 경우 공제금을 지급해 생활 안정과 사업 재기를 도모할 수 있게 해 주는 제도다.
내년 2월 중기중앙회는 26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중기중앙회장은 중기협동조합 이사장 500여명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다. 내년부터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기 중기중앙회장의 역할과 영향력은 더 막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재가동, 북한 인프라 구축 등 남북경협의 주요 현안이 중소기업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중기중앙회의 위상을 높이고 중소기업인의 이익 대변자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신설과 이달 중순 평양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2015년 2월 25대 중기중앙회장에 선출됐다.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전경. [사진=중기중앙회] |
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