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벤처부와 '불협화음' 노출
정계입문설 나돌자 "생각없다"
[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검찰이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수사하는 것도 놀랍지만, 이 사안에 대해 국회 교섭단체 차원의 성명이 나오는 것은 더 놀랍네요. 최승재 회장의 향후 행보가 궁금합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에 대해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의 전개 과정을 지켜본 관계자의 말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2018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현안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최상수기자] |
지난 9월초 서울중앙지검은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측에 중소상공인 희망재단에서 위탁받은 소상공인희망센터 사업과 관련된 서류는 물론이고 연합회 사업 전반에 대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연합회가 소상공인 희망센터위탁 사업 계약을 체결한 후 2016년 지급받은 사업비 4억6700만원을 수입으로 회계 결산에 반영하지 않고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사건이 처음 표면화된 시점만 해도 중기 업계에서는 최승재 회장이 이 사안을 뛰어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이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는 소문도 나왔다. 앞서 지난 4월 서울 동작경찰서는 최 회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했다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달 12일 자유한국당이 성명을 내고 "검찰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에 대한 표적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자 사건이 정치 현안으로 바뀐 것이다. 다음 날에는 바른미래당의 김삼화, 오신환, 이언주 의원이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승재 회장에 대한 정치 탄압이 계속되면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이 사안이 국회 교섭단체와 국회의원들이 성명과 긴급 기자회견을 내놓을만큼 무게감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이제 이 사안에 대해 진실 규명을 하는 것은 물건너간 셈"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도 수사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연합회는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검찰의 추가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중기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의 배경에 최승재 회장과 중기벤처부(장관 홍종학)의 불협화음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 부처의 하나인 중기벤처부로부터 연간 30억원 가량을 지원받고 있는 법정단체이지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노선을 보여왔다. 최승재 회장은 지난달 3만여명이 참가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총궐기 대회'를 주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 반대'를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의 설계자이자 열렬한 지지자인 홍종학 장관으로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최승재 회장이 추석 담화문을 통해 "중기벤처부와 별도로 소상공인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기벤처부 지원을 받는 기관 책임자로는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중기벤처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현안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소상공인엽합회에서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홍종학(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승재(왼쪽)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최상수기자] |
한 관계자는 "현재 최승재 회장이 주로 상대하는 인사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와 부총리급"이라며 "이번 발언은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현안 간담회에서 최승재(왼쪽) 소상공인연합회장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최상수기자] |
현재 소상공인연합회는 중기벤처부 관련 주요 행사에 배제된 상태이다. 지난 4월 중순 최승재 회장의 제2대 소상공인연합회장 취임식에는 중기벤처부 주요 공직자가 불참했고, 앞서 1월 청와대 중기인 만찬 감담회에서도 최승재 회장은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최승재 회장이 소상공인연합회의 특성을 십분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법정 단체이지만 회장(임기 3년)은 대의원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되다보니 회장은 재임 기간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승재 회장은 강원도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PC방 사업을 하다 희망재단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중기 업계 및 정치계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 입문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최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정계에 입문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