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호적이라 말할 수 없는 이유 없는 조치"
크렘린궁 "INF 대체할 것 없어"
러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北·中 등 INF 합류해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정당한 이유 없는" 조치들에 "놀랍다"고 말하며 양국 간의 이견차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푸틴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솔직히 말해서 미국이 러시아를 우호적이라고 부를 수 없는 정당한 이유 없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할 것이라고 발언하고 불과 며칠 뒤 이루어졌다. INF는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것으로,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조약이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우리는 중거리핵전력조약에서 미국이 탈퇴할 의도에 대해 들었다. 우리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연장하는 필요성에 대해 미 행정부 내의 의구심을 알고 있다. 미국이 탄도요격미사일 시스템의 특정 요소들을 우주에 배치할 의도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들었다"고 말했다.
New START는 1991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 타결되고 20년 후인 2010년 미국과 러시아 간에 체결ㆍ비준된 포괄 핵무기 감축 협정이다. 협정은 올해까지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기 미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치를 총 800기 미만으로 줄이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는 New START 볼턴 보좌관은 전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New START를 5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
같은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국가우주회의 주최 토론회에서 워싱턴포스트(WP)와 진행한 별도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주에 탄도요격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이견이 있지만 대화를 통해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볼턴 보좌관도 이에 동의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 대통령 대변인은 두 사람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현재의 INF를 대체할 어떤 전망도 보고 있지 않으며 조약 파기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병목 현상은 있다. 그러나 새로운 조약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약이 깨지는 것은 러시아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현재의 중거리 조약 대신 단거리 미사일 제거에 관한 개선된 조약이 더 바람직할까란 기자의 질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문서가 나올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 조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는 가설적이고 일시적인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지금으로서 꽤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 상원 내에서는 북한과 중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도 INF에 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회의 콘스탄틴 코사체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약이 전 세계적이어야 하며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이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 일부에 동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INF 서명국이 아닌 중국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중국이 제정신을 차리고 무기 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은 핵 무기고를 증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러 정상은 내달 11일 프랑스 파리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