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문제 등으로 지지율 하락·선거 패배 등으로 수세 몰리자 결단
독일·EU 정치 공백 우려도 높아져
[뉴욕·서울=뉴스핌]김근철 특파원 김선미 기자=집권당의 지지율 하락과 선거 패배로 수세에 몰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오는 12월 개최되는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독민주당 지도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이 나의 마지막 총리 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의 임기는 오는 2021년까지다.
메르켈 총리는 2021년 이전에 조기 총선이 실시되더라도 자신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집권 연정이 붕괴,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경우 메르켈 총리의 조기 퇴진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차기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메르켈 총리는 또 오는 12월 전당대회에도 당 대표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여름에 이미 당대표 불출마 결심을 굳혔으며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후임 당 대표 선출과 관련해 어떤 역할도 맡지 않겠다”며 기민당의 차기 대표와 지도부 구성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00년 기독민주당 대표에 선출된 후 2005년 총리직에 올라 유로존 채무위기와 최근 난민 위기까지 유럽 정치를 리드해왔다. 이에따라 그가 퇴진하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탈리아 재정위기,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포퓰리즘 정당 득세 우려 등 EU가 격동기를 겪는 가운데 유럽에 정치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가까스로 4연임에 성공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연정이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지난 14일 치러진 남부 바이에른 주의회선거에서는 기독민주당과 대연정을 구성한 기독사회당(CSU)이 고작 37%의 득표율을 얻어 역사적인 참패를 기록했다. 또 다른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은 10%도 확보하지 못해, 연립정부가 참패를 기록했다.
이어 28일 치러진 헤센 주 지방선거에서는 기독민주당이 27.5%의 득표율로 가까스로 승리했으나, 이전 선거보다 득표율이 11%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연정 구성이 난관에 처했다.
난민에 우호적인 메르켈 총리의 정책으로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대표 겸 내무장관과 메르켈 총리 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대연정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다. 지난 7월 제호퍼 장관은 연정 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된 난민 종합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카스텐 니켈 매니징디렉터는 “유럽에서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파워는 2015년 난민 위기 이후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며 “메르켈의 대표직 사퇴는 독일과 유럽에 전면적인 불안정을 야기하기보다 현재의 정치 공백이 지속될 것이란 의미”라고 해석했다.
컨설팅기관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지방선거 성적으로 보아 메르켈 총리가 당 대표를 방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내년에 EU 고위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