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년제 대학 적립금 7조원...고용에는 '인색'
비정규직 2년새 2000명 이상 증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내 대학들이 재정 절감을 이유로 정규직 대신 계약직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 기조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대학정보공시를 분석한 결과, 국내 4년제 대학 비정규직 근무자가 1만8000명을 넘어섰다. 2016년에 비해 2000명 이상 증가한 수치로 대학 내 비정규직 근무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대학교는 2016년 39명이었던 계약직이 올해 690명으로 15배 이상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건국대학교는 지난 2016년 184명에 불과했던 비정규직이 올해 226명,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47명이었던 비정규직이 올해 77명, 숙명여대 96명에서 131명으로 각각 늘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같은 기간 계약직이 72명에서 4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계약 기간이 만료된 직원들을 재계약하지 않아 수치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서울권 대학 관계자는 “물가는 꾸준히 오르는데 정부가 등록금은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대학들이 할 수 없이 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라며 “대학이 잇속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대학을 비정규직 양산소로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사립대학 적립금 규모 [자료 : 대학교육연구소] |
하지만 대학들이 수백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놓으면서 정부를 핑계로 고용에 인색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교육위)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4년제 사립대학교 누적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2017년 결산 기준 4년제 사립대학교 누적적립금 총액이 7조 9498억원으로 누적적립금이 1000억 이상인 학교는 20곳이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학의 비정규직화는 점차 가속화 되고 있다”며 “대학은 지역에 자원을 환원하는 차원에서라도 질좋은 일자리의 고용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