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이어 현대건설도 이란과 맺은 수주계약 해지
매출액·영업이익에 직접 영향은 없지만 해외수주 확장에 걸림돌될 것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미국의 제2차 대(對)이란 경제제재 발표를 지켜보는 국내 건설업계가 답답한 심경이다.
대이란 경제제재가 당장 건설사들에 피해를 주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해외수주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건설사들의 '미래 먹거리'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2016년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후 체결됐던 수주계약이 잇따라 해지되고 있는 데다 남아있는 계약들도 불투명한 상태다. 더욱 문제인 것은 국내 주택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때 돌파구였던 해외 수주 확장에 걸림돌이 생겼다는 점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2차 경제제재 이후 국내 건설사들의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임재한 해외건설협회 차장은 "한국 해외건설시장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중 이란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면서 "건설업은 특성상 길게 봐야 하는데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면 그 시점부터 영업활동이 자유롭지 않아 건설업계가 이란 시장을 계속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의 2차 경제제재는 형식적으로는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2차 경제제재가 이뤄진 상황에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더라도 이란 정부와 계약을 하고 공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단기간에 미국과 이란 사이 극적인 정세 변화없이는 현재 수주 예정 사업의 계약해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6년 이후 국내 건설사들의 대이란 수주계약 현황 [자료=각 사] |
이란은 기존 중동 발주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과 달리 발주 물량이 많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 5월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린 후 국내 건설사들이 대거 수주작업에 나선 곳이기도 하다.
실제 앞서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과 맺은 대규모 건설계약이 잇따라 해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현대건설이 이란 투자펀드 아흐다프(AHDAF)와 체결한 5946억6841만원 규모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 설비 및 부대시설에 대한 건설공사 계약이 해지됐다.
이 계약은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이 수주한 총 3조8000억원 규모 사우스파12구역 가스전 확장공사의 일부로 전체 규모의 약 15%를 차지한다. 해지된 금액 자체도 지난 2015년 현대건설의 연결 매출액 3.09%에 해당하는 규모로 결코 작지 않다.
앞서 지난 6월에도 대림산업이 이란 이스파한 정유시설 추가 설비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란과의 계약 건은 모두 정식계약 이전 단계로 건설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얺는다. 본격적인 장비와 인력이 투입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 당장에는 주식시장에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건설업계 해외수주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재한 차장은 "이번에 계약이 해지된 현대건설 사업도 전체 3조8000억원 중 어느 규모만큼 해지된 것인지, 또는 일방적 해지인지 아닌지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