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무역 전면전에 날개가 꺾인 중국이 수입국으로 변신을 선포했지만 주요국과 시장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표정이다.
14억에 이르는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수출 강국인 중국 경제가 노선을 변경하는 일이 간단치 않을 뿐 아니라 단순히 수입을 늘리는 것으로 무역 마찰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월가의 주장이다.
중국 제1회 국제무역박람회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 세간의 시선을 모았던 1차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수입 확대를 약속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번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박람회 첫 날 연설을 통해 앞으로 15년간 30조달러에 달하는 재화를 수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제시한 목표치 24조달러에서 25% 가량 늘어난 수치다.
여전히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을 수입국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발언에 주요 외신들은 일장춘몽이라는 반응이다.
중국의 전체 무역 파트너 가운데 대중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국가는 80%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가정에서 이른바 ‘메이드 인 차이나’를 몰아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사실 수 년 전부터 중국 정부는 수출 확대 의지를 내비쳤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수입을 예고한 대로 늘리려면 외국인 기업에 대한 지분 완화를 포함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지만 속도를 내지 못한 탓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총 250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한 관세 시행으로 수세에 몰린 중국이 수입 박람회를 열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다.
첫 행사에 앞서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중국 정부가 대규모 수입 관세 인하와 외국인 기업의 독자적인 법인 설립 등 보다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번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 주석은 ‘당근’을 제시하지 않았다.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실질적인 개혁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상하이 소재 미국상공회의소 케네스 자넷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지적재산권과 외국인 기업의 지분 규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시 주석이 언급했지만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에 대한 기대 역시 한풀 꺾였다. 이번 박람회 연설에서 양국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어떤 새로운 해법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와 워싱턴 포스트(WP)를 포함한 주요 외신들은 시 주석이 트럼프 행정부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은 협상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미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 측이 협상을 원하지만 자신은 공정한 무역을 원한다고 말해 관세 전면전 이후 첫 회동의 난항을 예고했다.
한편 이번 박람회에는 152개 국가의 정책자 및 3600여개 기업 경영자들이 참석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