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등 부작용 너무 커 ‘고민’
“내놓을 수단은 ETF 구입 증액 뿐”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총재는 일본 경제에 영향이 나타나면 “금융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일본 금융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등 BOJ의 금융정책 수단에 대한 한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14일 발표되는 3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예상되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BOJ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5일 한 강연에서 무역전쟁에 대해 언급하며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30~3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에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가 현저하게 커질 경우 금융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BOJ는 지난 7월 말 금융정책을 수정했다. 장기금리 변동 폭을 상하 0.1%씩 확대하고 초장기 저금리가 금융시장의 기능을 저해하고 금융기관의 수익을 압박하는 부작용을 배려했다. 여름까지는 경기나 물가가 견조하게 추이하면서 ‘금융 정상화’도 시야에 들어왔었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서 상황이 일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세계 경제 전망을 2년 만에 하향조정했다. 중국의 경기 성장세에도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BOJ도 10월 말 발표한 ‘전망 리포트’에서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과 2018~2020년 물가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이제 BOJ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완화를 의식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BOJ가 추가 완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금리 인하 △국채 매입에 의한 자금 공급량 확대 △자산 매입 확대의 세 가지 선택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BOJ가 추가 완화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 가지 정책 모두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BOJ는 2016년 9월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 장기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장단기금리 조작을 도입하며 금융정책의 축을 자금 공급량에서 금리로 전환했다. BOJ가 추가 완화에 나선다면 역시 금리 조정이 최우선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를 인하하면 금융기관의 수익 압박 요인이 된다. 시장에서는 “예대마진 축소 등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후노 유키토시(布野幸利) BOJ 심의위원은 “강력한 금융완화를 계속하게 되면 금융 중개 기능이 정체되는 리스크도 있다”며 부작용을 경계했다. 10월 BOJ 회의에서도 지방은행의 수익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BOJ 통화정책결정회의 모습.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자금 공급량의 경우 본래 ‘연간 80조엔’을 목표로 했던 국채 매입 금액이 최근에는 40조엔까지 감소했다. BOJ가 다시 국채 매입을 늘리게 되면 시장의 국채가 고갈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는 지난 7월 금융완화 수정에서 의도했던 시장 기능 회복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BOJ의 금융정책 수단에 한계가 왔다고 지적한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河野龍太郎)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BOJ가 내놓을 수 있는 수(手)는 상장지수펀드(ETF) 구입을 증액하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도탄(東短)리서치의 가토 이즈루(加藤出)는 “부작용을 상회하는 완화 수단이 없다”고 일축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