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연방법원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출입을 정지한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의 출입 권한을 즉시 복원할 것을 명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CNN과의 싸움에서 CNN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날 CNN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 연방법원의 티모시 켈리 판사는 백악관이 정지한 아코스타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즉시 복원할 것을 명령했다. 켈리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 날이 선 비판을 쏟아내 온 아코스타 기자는 중간선거 직후인 지난 7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주고받은 후 백악관 출입이 정지됐다. 당시 아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캐러밴(caravan, 중남미 이민자 행렬)이 미국을 침략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들을 악마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했다.
이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른 기자에게 질문권을 넘겨주려 했다. 이때 아코스타를 향해 한 백악관 여직원이 다가와 그의 마이크를 빼앗으려고 했지만, 아코스타 기자는 “잠시만요”라고 말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코스타를 향해 “나는 당신이 내가 나라를 운영하게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신은 CNN을 운영하는데 당신이 잘했다면 그렇게 시청률이 낮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아코스타 기자에게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설전을 버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짐 아코스타 CNN 기자.[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3일 CNN은 아코스타 기자의 헌법적 권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5명의 정부 관료에 의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연방 법원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소장에서 CNN은 백악관이 아코스타 기자의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이른 시일 내에 백악관의 명령에 대해 임시 중단 명령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아직 백악관과 CNN의 법정 싸움은 진행 중이다.
지난 7일 백악관은 잇따른 트윗에서 아코스타 기자가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가지러 간 여성 인턴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해 출입을 정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믿으며 그와 정부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기자가 백악관 인턴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젊은 여성에 손을 대는 것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코스타 기자의 출입이 정지된 지 이틀 후 “아코스타는 그 젊은 여성에게 바람직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그것이 과도하게 끔찍했기 때문에 그를 여기에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어 기자회견 당시 아코스타 기자가 여성 인턴이 다가왔을 때 손을 대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해당 영상이 극우 음모론 사이트 인포워스(Infowars)가 조작한 영상이라고 보도했다.
짐 아코스타 CNN 기자.[사진=로이터 뉴스핌] |
CNN과 아코스타 기자는 이번 싸움에서 뉴욕타임스(NYT)와 NBC 뉴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매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각 언론인이 대통령과 그의 활동에 접근할 수 있으며 독단적인 이유에서 언론인이 제한되지 않는 것은 긴요한 일”이라면서 “우리 언론 매체들은 이 대통령이나 어떤 대통령에게든 질문할 수 있는 헌법적 기본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조차도 CNN 편을 들고 나섰다. 제이 월러스 폭스 회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대통령과 언론이 최근 보여준 적대적인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지만, 미국인들을 위한 언론과 접근, 공개 대화에 대한 자유를 지지한다”고 했다.
반면 극우 매체 원 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OANN)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코스타 기자를 “무례하다”고 부른 것이 옳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편을 들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