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영국인 학생이 스파이 혐의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아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이 “심각한 외교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더럼대학교 중동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매튜 헤지스(31)는 이날 UAE 연방항소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논문 연구차 UAE를 찾은 헤지스는 지난 5월 두바이 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 6개월 간 독방 감금생활 끝에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이날 유죄가 인정돼 형을 확정받았다. UAE 검찰은 헤지스가 논문 연구로 위장해 영국 외무부 대신 스파이 활동을 한 것으로 봤다. 아마드 알 샴시 검사는 앞서 헤지스가 “UAE의 군사, 경제, 정치 안보를 위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에서 스파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매튜 헤지스.[자료=다니엘라 테자다 트위터] |
헤지스 가족들은 즉각 반발했다. 헤지스가 거짓 자백을 강요받는 등 그간 절차상 문제가 많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지스 가족 대변인은 해지스가 “영사관 접촉이나 변호사 없이 심문 당하면서 독방에 감금됐다”고 지적했다. 또 아랍어를 전혀 못 하는 헤지스가 아랍어로 쓰인 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헤지스의 부인 다니엘라 테자다는 “명백히 부당한 판결을 내린 UAE 당국은 수치스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변호사만 출석한 이날 재판은 선고가 떨어지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은 헤지스는 감금 생활을 하며 건강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헤지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며 최근 “거의 매일 구토증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테자다는 “그들이 남편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른다”며 남편의 신변을 걱정했다.
영국 정부는 예상치 못한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레미 헌트 외무장관은 “영국이 신뢰한 파트너이자 친구로부터 기대한” 판결이 아니라며 이는 “일찍이 오간 약속에 반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또 “UAE 당국이 다루는 이번 사건이 신뢰에 기반한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다”며 판결이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UAE가 사건을 다시 고려해줄 것을 촉구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판결에 실망감과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서 “UAE 최고위층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