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업황 악화..상위 경쟁자들과 격차 벌어져"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코오롱그룹의 '4세 경영'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해왔던 장남 이규호 상무(35)가 이번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게다가 정체되고 있는 패션 사업의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중책까지 맞게 됐다. 업계 안팎에선 경영쇄신이 필요한 패션 사업이 그의 첫 경영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규호 코오롱 전무 [사진=코오롱] |
28일 코오롱그룹은 그룹인사를 통해 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35)를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사 배경에 대해 코오롱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 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오롱 그룹의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향후 그는 그룹 경영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군에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 제대하고, 일병 때는 레바논 평화유지군에 지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날 퇴임 서신을 통해서도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제가 떠남으로써 우리 변화와 혁신의 빅뱅이 시작된다면 제 임무는 완수되는 것"이라며 "저는 새로운 세대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코오롱만의 성공을 이뤄갈 것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 패션 부문은 최근 수년간 매출이 하락하고 있어 강력한 경영 쇄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위축된 소비심리와 트렌드 변화, 시장 정체 등이 겹치면서 성장세가 멈춰선 상황이다. 업황은 비슷하지만 상위 경쟁자들은 신규사업 및 관련 다각화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코오롱인더 패션부문의 올해 매출액은 1조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는 1조967억원에 그쳤다. 2013년에 1조3147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4년 연속 하락이다. 이미 올 상반기 패션부문 매출이 4954억8500만 원으로 전년 동기(5223억900만원) 대비 5.1% 감소했다. 하반기 매출은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패딩 판매에 달려있는데, 만약 올 겨울 날씨, 물량조달 등의 영향으로 패딩 판매가 저조할 경우 연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상위에 포진한 경쟁자들이 이미 사업다각화나 경영 효율성을 높이면서 업황 악화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온라인몰 역량을 강화했고, 한섬은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등 뷰티 사업을 강화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이규호 전무가 코오롱의 패션 사업을 총괄하면서, 코오롱 FnC는 온라인 사업 강화 및 신규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관계자는 "젊은 감각으로 트렌드에 맞춰 사업을 운영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