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테크로 금융감독 효율성 높일 것"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감독원이 내년부터 금융사 규제·감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전면적으로 활용한다. AI를 약관 심사에 활용하거나 소비자 민원 상담에 챗봇 서비스를 적용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미래의 금융, 새로운 금융감독'이란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최광신 금융감독연구센터 박사는 '섭테크(SupTech)'를 금융감독의 새로운 기회로 지목했다. 섭테크는 감독(Supervision)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해 효율적으로 감독과 검사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최 박사는 "제한적인 자원으로 금융감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데 AI 등을 활용하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AI를 활용한 약관 심사 △금융감독 챗봇 △문자 메시지 스미싱 방지 등 금감원이 파일럿테스트를 마친 기술들이다.
우선 금감원은 내년부터 약관심사에 AI를 활용할 예정이다. AI가 방대한 금융사 약관 내용 중 심사 항목에 해당하는 조문을 검색하고 심사 기준에 따라 적정성 여부를 판단한다. AI가 도입되면 약관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의 3분의1로 줄일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29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미래의 금융, 새로운 금융감독'이란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금감원] |
아울러 AI가 문자 메시지 표본을 통해 메시지가 스미싱인지 여부를 판별하게 된다. 육안으로는 알아채기 어려운 문자의 표현이나 패턴 등을 분석해 일정 점수 이상이 나오면 스미싱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챗봇 기반의 민원상담 서비스도 구축한다. 금융사와 소비자들의 질문에 AI가 답변하거나 해당 자료를 제공해준다.
최 박사는 "금융 환경과 규제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데이터에 기반한 챗봇 서비스는 특정한 금융 환경에 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로 규제를 혁신하려는 각 국의 사례들도 소개됐다. 미국의 경우 '핀테크 내비게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금융 규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면담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이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규제에 기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트레이시 베이싱어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제도 부총재는 "새로운 기술들은 현 규제 밖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고 한다"며 "내부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두고 핀테크 기업을 감독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금감원원장도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며 "정부와 감독기구들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규제·감독방식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