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12일 사법행정제도 개선안 국회 전달
법원행정처 폐지 대신 사법행정회의·법원사무처 신설 등 골자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진원지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사법행정회의와 법원사무처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혁안을 내놨다.
겉으로는 ‘사법개혁’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따져보면 사실상 대법원장의 권한은 대부분 유지돼 당초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단장 김수정 변호사)이 내놓은 개정안 보다 후퇴했다는 지적과 함께 기존 행정처 ‘쪼개기’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대법원에 출근하고 있다.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13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전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면담하고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정식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지난달 2일 후속추진단이 발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과는 세부 내용에서 여러 차이가 있어 사실상 대법원장의 권한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후속추진단이 김 대법원장에게 구체적인 개정안을 전달했음에도 법원 내부 의견 수렴을 이유로 한 달여 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세부 사안이 크게 수정된 의견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대법원은 사법행정회의를 중요 사법행정사무에 관한 ‘심의·의결기구’라고 못박았다. 또 사법행정회의에서 다루는 중요 사무를 △대법원 규칙 제·개정안 성안 및 제출, 대법원 예규 제·개정 △예산요구서, 예비금 지출안과 결산보고서 검토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원장이 국회에 제출하는 의견 승인 △판사의 보직에 관한 기본원칙 승인 및 인사안 확정 등으로 사실상 제한을 뒀다.
반면 후속추진단은 사법행정회의가 사법행정사무 총괄권을 가지도록 했다. 중요한 심의·의결과 함께 사법행정의 집행 역시 행정회의를 거쳐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사법행정회의 인적 구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앞서 후속추진단은 사법행정회의를 법관위원과 비법관위원을 각 5명씩 동수로 하고 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도록 제안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법관위원 5명, 외부위원 4명, 법원사무처장 등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또 외부위원을 추천할 사법행정회의위원추천위 구성에도 후속추진단 안과 달리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추천위원 1명이 포함된 것은 물론 법조계 외부 인사 참여 가능성도 배제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대법원장이 법원사무처장도 사실상 지명하게 돼 있어 사실상 사법행정회의 외부위원 선정에 대법원장이 크게 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사무처 신설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법원사무처장과 차장을 비법관 출신 정무직 공무원에서 임명하고 각각 대법관 회의 동의 및 국회 인사청문, 사법행정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했지만 임명권한은 여전히 대법원장이 갖고 있다.
사무처의 실·국장 등 실무진을 외부에 개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역시 법원사무처에서 법관을 완전히 배제하도록 한 후속추진단 제안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대법원은 후속추진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법관의 재판 독립을 위한 사법행정회의 산하 법관인사운영위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권에 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구성과 운영 방안은 대법원 규칙으로 추후 정하기로 했다는 이유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각종 견제 장치를 마련해 대법원장의 권한을 대폭 이양한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 내용을 따져보면 여전히 대법원장은 총괄 권한을 유지하고 있고 사무처장 역시 기존 법원행정처장과 동일하게 상근직으로 근무하게 돼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에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것은 종전과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행정처 쪼개기에 불과한 개정안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큰 틀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사법행정 개혁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국회에서 법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 세부 안에 대한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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