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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北 건설 붐 꿈꾸지만 북한은 '강제 노동' 돌격대 의존"-WP

기사입력 : 2018년12월18일 09:24

최종수정 : 2018년12월18일 09:24

"돌격대 강제 노동자들 '약 40만명'"
전문가들 "韓, 북한의 인권 문제 피하고 있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리 씨 성을 가진 17세 북한 소년이 2006년 초 8.28청년돌격대 입단 합격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그의 고아원은 꽃과 환호, 연설로 축하했다. 정치수용소에 수감 중인 아버지와 8세 당시 탈북한 어머니를 둔 리 씨는 돌격대 입단을 '구원의 기회'로 봤다. 북한 지도부 앞에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고 향후 노동당원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리 씨의 꿈은 곧 잊혀졌다. 끝도 없는 긴 시간의 고된 노역을 매주 7일 해야 했고, 항상 배고픔과 탈진이 동반됐다. 리 씨는 동료가 쓰러져 죽는 것을 목격했고 다른 이들은 자주 부상을 입어 일에서 열외되는 일이 잦았다.

북한 평양의 고층빌딩 전경. 중앙에 가장 높은 빌딩은 류경호텔이다. [사진=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한국은 북한의 건설 붐을 그리지만 북한은 여전히 '강제 노동' 돌격대에 의존한다'란 제목의 사설을 보도했다. 

8.28청년돌격대 구성원들은 주로 북한 엘리트층을 위해 건물을 건설하는 데 동원되는 20~30대 청년들이다. 북한의 경제, 특히 건설 산업의 밑바탕에는 '노예 노동'이 있다. 미 국무부와 인권단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십만명의 북한 남·여성, 아이들은 지난 수십년간 돌격대에 동원돼 아주 적은 임금 혹은 무일푼으로 일해왔다.

오늘날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북한 내 도로와 철도를 건설해 유럽연합(EU) 지역경제통합(regional economic integration) 형식의 경제 협력을 이뤄내겠다고 대담하게 말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비롯한 국내 기업인들을 대동해 평양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한국은 대(對)북 유엔 제재가 완화되는 즉시 북한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인권운동가들은 "문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이 과연 북한의 뿌리박힌 강제 노동 체계를 약화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혹은 무심코 체계를 더 키우진 않을까"하고 묻는다. 

국제인권감시기구(HRW)의 필 로버트슨 부총재는 "한국 정부와 회사들은 그들의 대북 투자가 강제 노동을 기반으로 한 것임이 밝혀지면 그들의 겪을 평판 손상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지금까지 북한 내 제안된 사업들에 대한 노동권리에 대한 실질적 상당의 주의(due diligence)를 하는 데 부끄러울 정도로 부주의해 왔다"고 지적했다.

돌격대의 일은 국가 선전에 자주 극찬되어온 것이기 때문에 국가 간의 긴장완화(데탕트·detente) 속에도 김정은 정권이 이를 해체할리 만무하다고 WP는 진단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북한 내 건설 캠페인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관광 사업과 해외 투자 기대에 비롯된 것이다.

북한 전문가이자 일본 언론인 이시마루 지로는 돌격대가 더 많은 건설 프로젝트에 동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들어 원산-갈마 지역에 대규모 해안 리조트 등 관광지역에 대대적으로 방문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올해 8.28청년돌격단의 한 일원이 사고로 다쳐 병원 침상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 다시 일터로 복귀하고 싶다고 빌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신문은 "그가 행복을 위해 선택한 것은 피와 땀으로의 생산적 노동"이라며 "인생에 한번뿐인 청춘의 아름다움은 모국을 위한 헌신"이라고 묘사했다. 

북한 평양역 앞 거리 2018.10.06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WP는 전직 돌격대원들을 포함한 북한 탈북자들을 취재했다. 이중에는 지난해 돌격대에서 철도 건설 현장 감독관으로 지냈던 탈북자인데, 그의 주 업무는 현장에서 이탈하려는 노동자들을 붙잡는 일이었다.

취재 결과 건설 현장에는 안전 수칙이 없고, 노동자들은 스스로 식량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돌격대에서 고된 노동으로 자녀를 잃은 가족들은 흑백 텔레비전이 보상으로 제공됐지만 이마저도 최근 몇년들어 중단됐다고 이들은 말했다. 

인권단체 오픈노스코리아(Open North Korea)는 2016년 '북한의 노동력 착취의 현장(Sweatshop North Korea)' 보고서에서 약 40만명의 북한인들이 돌격대 강제 노동 피해자이며 여성들은 이웃단체들과 노동현장에 동원되고 아이들은 대규모 농업에 투입된다고 썼다.

WP는 한국 대통령이 북한과 건설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으며 인권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환영하라고 지시를 받은 평양 시민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고도 덧붙였다.

그가 차를 타고 지나친 려명거리 고층빌딩과 금수산태양궁전 역시 강제 노동으로 지어진 것들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문 대통령은 3일간 평양 국빈방문 일정 첫날에 "힘든 여건에도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문 대통령은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한국이나 국제사회와의 북한과 협력이라며 북한은 개방되려는 길을 가고 있고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나려 한다는 뜻을 말했다.

요안나 호사냑(Joanna Hosaniak) 북한인권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문 정부가 북한 인권단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 철도를 건설하는 등에 대해 말할 때 건설 프로젝트에 쓰이는 노예들 혹은 수용소 수감자들이 아니란 보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올해 초 약 200개의 비정부 단체들은 정부에 서한을 보내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에서 인권문제를 어젠다에 상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호사냑 사무총장은 "왜 우리는 우리의 기준과 국제 기준을 북한의 기준으로 맞춰 하향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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