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 연출…하정우·이선균 출연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은 미국 CIA 의뢰로 거액의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그러나 작전 장소인 판문점 지하 30m 비밀벙커에는 약속된 타깃이 아닌 북한 ‘킹’이 나타난다. 에이헵은 현상금을 받고자 작전을 변경, 크루들과 킹을 납치한다. 하지만 곧 또 다른 군사기업의 기습과 CIA의 폭격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에이햅은 부상을 입고 인질인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에게 도움을 청한다.
영화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인 PMC(Private Military Company)를 국내 최초로 다룬 작품이다. 전작인 ‘더 테러 라이브’(2013)를 통해 “한정된 공간을 다룬 영화는 흥행이 힘들다”는 충무로의 편견을 깬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에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방송국이 아닌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지하 30m 벙커에 캐릭터들을 가두고 이들의 생존 탈출을 그렸다.
‘PMC: 더 벙커’만의 관전 포인트는 ‘체험형’이라는 점이다. 김 감독은 전작에서 그러했듯 장소를 거의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제한함으로써 긴박감을 고조시킨다. 다만 이번에는 관객이 스크린 밖이 아닌 스크린 안에서 하정우와 함께 생각하고 느끼도록 영화를 설계했다. 마치 1인칭 콘솔 게임을 하듯 실감 난다.
단계를 하나씩 깨나가는 전개 방식부터 게임을 연상케 한다. 블랙리저드에게 미션이 주어지고 에이햅이 전략을 짠다. 얼마지 않아 위기가 발생하고 다시 헤쳐나가는 식이다. 여기에 강렬한 사운드로 생동감을 더한다. 가장 인상적인 건 촬영 기법. 배우들의 헬멧에 부착한 POV(1인칭 앵글) 캠, 드론 카메라 등을 활용해 인물의 감정, 액션에 직접 관여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같은 지점에서 우려도 있다. 이런 부류의 게임을 좋아하는 관객들이야 환호하겠지만, 여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피로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과 때때로 배우들의 대사마저 집어삼키는,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은 우리가 흔히 극장에서 보고 듣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성향에 따라 개인차가 클 수밖에 없다.
엔딩은 ‘PMC: 더 벙커’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신선했던 출발과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작정한 듯 휴머니즘에 충실한다. 가족애, 동료애, 인간애로 차고 넘친 사연들이 터져 나오고 급기야 모든 것을 뛰어넘는 남과 북의 우정으로 귀결된다. 차근차근 쌓아온 감정선이 아니기 때문에 감동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크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하정우는 언제나처럼 제 몫을 해낸다. 그는 역할 상 부여받은 육체적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에이햅의 심리 압박을 고스란히 그려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여기에 ‘더 테러 라이브’(2013), ‘터널’(2016) 등 그간 재난 영화에서 보여준 얼굴에 에이햅 만의 또 다른 매력을 덧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오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사진=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