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학부모들 반발로 ‘예비혁신학교’로 한 발 물러서
못믿는 학부모들 “간판 떼라...반대 잠재우기 위한 꼼수”
전문가들 “적합한 예산인지 의문...보여주기식 사업 그만”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1년 동안 헬리오시티 내 학교 세 곳을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했지만 수업방식 등을 ‘일반학교’와 동일하게 운영키로 공식 답변해 논란이 한창이다. 예비혁신학교엔 약 1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불평등한 예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leehs@newspim.com |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가락초와 해누리초·중 혁신학교 지정에 대해 학부모들 반발이 거세지자 결정을 1년 유보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12월 14일 세 곳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키로 하고 1000만원 범위에서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예비혁신학교와 일반 학교 차이에 대해 “예비혁신학교는 혁신학교의 철학과 가치, 학생 성장 중심 교육과정 및 수업혁신에 대해 혁신학교와의 네트워크 등을 통해 알아가는 학교”라고 분명히 했다.
그런데 14일 ‘헬리오시티 입주자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공식 답변이 이상하다. 예비혁신학교의 경우 일반 학교와 같은 방법으로 교원 충원을 한다고 적혀있었다. 수업도 일반 학교와 동일하게 ‘교과서 기반’으로 운영된다. 수업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세 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학부모 모임 ‘예비학부모회’ 소속 A씨(42·여)는 “학부모들의 반대를 잠재우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며 “예비혁신학교라는 간판 자체를 떼야 하고 학부모들은 예산 1000만원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수업방식과 시간에 대해 “일반학교와 동일하게 운영된다”면서도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거나 “학교 구성원들 결정 사항”이라며 일선 학교에 최종 결정을 미룬 것에 대해서도 불신을 나타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자녀가 있다는 A씨는 “일반 학교면 교과 과정에 충실해야 하는데 재구성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학교를 전교조가 장악하는 건 아닌지, 또 교장과 학부모가 소통이 잘 될지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비혁신학교는 1년 동안 혁신학교에 대한 논의 지점을 만드는 데 목표가 있다”며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단위 학교가 연수나 워크숍 등 세부 계획을 세워서 예산을 운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여주기식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보통 학생 참여형 교육과정과 학생 자치활동 등에 예산이 투입되는데 차별적 예산 같다”며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한 것도 무리가 있다고 보는데 컨설팅 비용이 과연 적합한 예산 지원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 영훈고 교장인 황영남 미래교육자유포럼 대표 또한 “사실상 혁신학교 전환을 준비하라는 의미”라며 “학부모들 반대를 무마시키기 위해 시간을 끄는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편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구성원들이 혁신학교에 대해 결정할 수 있다”며 “이미 혁신학교는 수명이 다한 이념적 보따리”라고 비유했다.
헬리오시티 입주자협의회 교육분과 관계자는 “타 지역 재건축 단지에서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대규모 반대를 우려해 예비혁신학교로 면을 세우려는 것 같다”며 “혁신학교는 의욕이 넘치는 선생님과 학부모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이상, ‘교원과 학부모 50% 이상 동의’로 조건을 바꾸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교원 또는 학부모가 50% 이상 동의하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해 혁신학교 신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사진 제공=헬리오시티 입주자협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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