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위기의식 속 구체적인 전략 수립·실행" 당부
상반기 VCM...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질의 응답 이어져
‘대상무형(大象無形)’, '혁신자의 딜레마', '산업파괴 기업들' 언급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롯데그룹이 올해 첫 사장단 회의(롯데 VCM)를 신동빈 회장 주재 하에 23일 개최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후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는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해 BU 및 지주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과 계열사 사장단을 포함한 경영진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상반기 VCM 이후 1년 만이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매년 상반기 VCM은 모든 계열사가 모여 그룹의 새해 목표 및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로, 하반기 VCM은 사업군별로 모여 각 사 현안 및 중기 전략을 공유하고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성장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개최된 VCM에서는 올해 사업 전망 및 중점 과제, 미래 사업환경 변화 및 대응방향,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전략 방향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최근 롯데에 디지털 전문가로 채용된 인력들이 롯데의 현 주소와 발전 방향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도 진행됐다.
특히 이번 VCM은 다가올 사업환경 변화에 대한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아래,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 방안을 논의했다.
신동빈 롯데회장 [사진=심지혜 기자] |
이 날 신동빈 회장은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인 ‘대상무형(大象無形)’을 언급하며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변화는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존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황 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롯데 역시 기존의 틀과 형태를 무너뜨릴 정도의 혁신을 이뤄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회장은 각 사의 대표이사들은 △5년, 10년뒤 어떠한 사회가 될 것인지 △우리 회사는 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회사가 될 것인지 △이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지 △고객, 시장의 변화와 경쟁사에 대한 대응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만일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면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각 사별 즉각적인 실행을 촉구했다.
성장전략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신동빈 회장은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최근 그룹 내 투자가 시기를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일시적인 투자만 하는 등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명예회장님은 매출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셨다”고 말했다.
부진 사업에 대한 합리화 작업도 언급했다. 신 회장은 침체된 기업의 대명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뉴 비전을 발표한 이래 과감한 사업 전환으로 글로벌 시총 1위로 올라선 것을 예로 들며 "우리도 혁신을 계속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성장이 가능한 영역에 집중해 사업 합리화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 회장은 美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혁신자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의 혁신 속도, 고객 니즈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여부, 후발주자의 전략과 그 영향도를 늘 체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선도 기업의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는 ‘산업 파괴(Industry Disruption)’ 기업들을 언급하며 “우리도 기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더 공격적인 전략으로 먼저 새로운 영역을 찾고 기존 플레이어를 제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의 실행도 촉구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롯데는 IT 투자율도 더 높여야 하고 투자 분야도 한정적”이라며, 롯데만의 자산인 빅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 등을 확장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신 회장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인재에 대한 투자 확대와 일하는 문화 혁신을 당부하는 한편, “소극적으로 현실 안주에 빠지는 순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과감히 도전하고 변화하는 문화를 만들어달라”고 임원들에게 요청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