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톰슨 로이터, AI·블록체인 활용한 데이터 개방 플랫폼 소개
제재 방지 등 리스크 관리 서비스도 올해부터 적극 도입하기로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글로벌 금융정보회사 레피니티브(옛 톰슨 로이터)가 오픈 플랫폼과 리스크 관리를 무기로 국내 금융권 영토 확장에 나섰다. AI 등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해외 사업에서 제재를 당하지 않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만 제공되던 기능을 올해부터는 국내에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이다.
닐 파바리(Neil Pabari) 레피니티브 북아시아 지역 대표가 2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레피니티브] |
레피니티브는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국내 사업계획을 밝혔다. 레피니티브는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등이 톰슨로이터의 금융 사업 부문 지분 55%를 사들이며 이름을 바꿨다. 분사를 통해 전체 톰슨 로이터 구성원의 1/4 정도로 새 조직을 꾸려 과감하게 사업 확장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레피니티브는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신뢰도 높은 오픈 데이터 플랫폼'으로의 가치를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로보어드바이저, 블록체인 등을 새롭게 활용하고 싶어하는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에게 기회를 열어준다는 것이다. 톰슨 로이터가 쌓아온 데이터를 제공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실제 비지니스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인 성과가 신한은행의 AI 금융 서비스 '보물섬 프로젝트'다. IBM의 AI 왓슨을 활용해 전세계 금융정보를 분석하고, 시장의 변화를 파악해 투자 자문에 활용한다. 레피니티브는 과거 30년 간의 핵심 금융자료 및 경제지표, 주요 뉴스와 연구를 모두 담은 방대한 데이터를 신한은행에 제공해 서비스 구축에 힘을 보탰다. 이에 만족한 신한은행이 AI 기반 투자사를 따로 세우는 방법을 추진한다는 후문이다.
레피니티브는 지난해 10월에는 코스콤과도 MOU를 맺고 한국거래소(KRX) 회원들에게 매매체결 시스템과 원장, 거래 소프트웨어 등 인프라를 공급하기로 했다.
김석준 레피니티브 코리아 대표는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 수준과 기술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는 특별한 나라"라며 "그런 시도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레피니티브는 리스크 관리 및 컴플라이언스(법규준수) 서비스 국내 출시 계획도 밝혔다. IT기술 발전으로 자금 세탁 등 금융범죄 수법은 진화하는 반면 예방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레피니티브 측은 금융범죄로 전세계에서 최대 1조5000억달러의 매출 손실이 생기고 아시아 기업의 절반(49%)이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이 제재 위험에 놓였던 상황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17년 뉴욕 지사에 적절한 자금세탁방지(AML) 프로그램이 없다며 1100만 달러의 페널티를 받았다. 경남은행도 지난해 북한 석탄 수입 케이스에 책임을 물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대상으로 고려되기도 했다.
레피니티브는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AML, 테러리즘 예방과 국제 표준 준수 등을 위한 '월드 체크'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월드 체크의 스크리닝 기능을 통해 미리 금융시장 관련 법ㆍ규제 파악은 물론 거래의 대상이 되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도 축적해뒀다. 이를 통해 KYC(고객파악) 리포트를 만들어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돕는다.
닐 파바리 레피니티브 북아시아지역 대표는 "전세계 240개 나라의 데이터를 갖고 있어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국내 은행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금융회사는 물론 브로커리지 기관, 일반 기업, 암호화폐 거래소까지도 폭넓게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ingj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