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차이나 머니’가 썰물을 이루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 한파 속에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환입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데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의 네 차례 금리인상으로 인해 미 부동산 시장의 기대 수익률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수년간 중국 자금이 미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만큼 투자자 이탈에 따른 충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맨해튼의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 [사진=블룸버그] |
29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8억5400만달러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까지 5년간 대어급 딜을 주도하며 적극적인 ‘입질’에 나섰던 중국 보험사와 대기업, 투자은행(IB) 업계가 3분기 연속 매도우위를 나타낸 셈이다.
중국 투자자들의 ‘팔자’는 역대 최장기 기록에 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동성 기류가 추세적인 반전을 이룬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맨해튼 랜드마크 워도프 아스토리아 호텔과 10억달러 규모의 비벌리 힐스 주거용 건축 프로젝트 등 천문학적인 베팅에 나섰던 중국 자금의 썰물이 본격화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26억3000만달러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6년래 최저치에 해당하고, 116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로지스틱 프로퍼티(GLP) 매입을 제외하면 사실상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및 부채 축소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마찰 속에 꺼지는 실물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자본 유출을 통제하는 한편 해외 투자 자금의 환입을 종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신용시장의 여건 악화도 미국을 포함한 해외 부동산 시장의 투자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6.6% 성장해 1990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고, 올해 성장률은 더욱 후퇴할 전망이다. 정부의 자본 규제 역시 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올해도 중국 투자자들의 미 부동산 매입 열기는 살아나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로젠 컬설팅 그룹의 아서 마곤 부동산 부문 파트너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중국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지 않으면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호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쉬먼 앤 웨이크필드의 신예 맥키니 이사는 “중국의 투자가 전무한 것은 아니지만 10억달러 이상 대규모 거래는 실종 상태”라며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의 고가 건물을 손에 쥐기 위해 혈안이었지만 최근 들어 기대 수익률을 최우선시하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