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여성 미술가가 여성문제를 바라볼 때…페미니즘은 다양한 빛을 낸다

기사입력 : 2019년01월30일 17:54

최종수정 : 2019년01월30일 17:57

서울대미술관, '여성의 일: Matters of Women' 내달 24일까지 전시회
사회의 감각,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시 필요
윤석남 "페미니스트 운동 계속해서 일어나야"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여성 작가들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성 불평등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여성 작가의 시선에 머문 국내 성 불평등 문제의 스펙트럼은 넓다.

지난해 12월27일 서울대미술관에서 개막한 ‘여성의 일: Matters of Women’ 전시회는 11인의 여성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성불평등 문제를 회화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성 작가의 눈으로 꿰뚫어본 사회 속 성불평등 문제를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해석의 폭이 한층 다양해졌다. 

점을 찍어 20대 비정규직 여성의 노동행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작품. 박자현, 일상인, 2011, 종이에 펜, 162x120cm [사진=서울대미술관]

여성의 문제를 여성의 시각에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전시를 기획한 서울대미술관 관계자는 "여성과 관련한 주제전 개최뿐만 아니라 여성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여성 작가들에게 발언권을 주면 어떨까하는 기획에서 전시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에 참여한 한 작가는 “페미니즘 주제의 전시는 협소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작가는 “페미니즘 관련 작업이 미술관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페미니즘’이 이슈화되기 전까지는 극소수였다”고 말했다. 다양성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미술계마저도 페미니즘의 장벽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승복, 1366 프로젝트, 2003, 아카이브 피그먼트 프린트_100x200cm [사진=서울대미술관]

고등어 작가는 자신이 공감할 수 없는 ‘남성의 욕망’을 관찰하고 이를 타자화해 냉소적이지만 연민을 가지고 바라보는 여성의 시각을 부각시킨다. 출품작 ‘엷은 밤’ 시리즈는 남성의 신체가 서서히 ‘신체성’을 잃어버린 과정을 그린 드로잉 연작이다. 작품에서 자신의 형상과 닮은 석상을 메고 다니는 남자는 자신의 욕망과 환상을 마주하며 서서히 소멸해간다. 신체가 소멸해가면서 석고상도 함께 마모되어 간다. 이는 대상 없는 욕망 그 자체를 동력 삼는 남성의 모습이다. 여성의 시각에서 남성적 욕망의 허무함과 실현불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승복 작가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멍 이미지를 확대한 작품 ‘1366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등 따뜻한 색감으로 가득찬 추상적 풍경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를 가까이서 보면 매 맞아 멍든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확대해 제작한 것이다. 제목의 ‘1366’은 ‘여성폭력 긴급 전화번호’다. 따뜻한 색감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의 잔인함을 보여준다.

고등어, 엷은 밤, 2018, 종이에 연필, 51x31.5cm [사진=서울대미술관]

작가 장파는 ‘여성기’를 그렸다. 남성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벗어난 형체다. 장파의 여성기는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자 동시에 여성의 욕망의 주요기관이다. 미뢰(혀와 연구개에 주로 분포하며 맛을 느끼는 감각 세포가 몰려있는 세포)를 연상시키는 작은 돌기들은 이 기관이 남성적 욕망의 대상일 뿐 아니라 여성 스스로 다양한 욕망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기관임을 역설한다. 유기체에 돋아난 ‘눈’은 욕망을 채우기 위한 기관으로서만이 아닌 그 욕망을 직시하고 판단하는 지각의 바탕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사실 한국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여성주의 운동은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에는 2010년부터 급속도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한국의 1세대 페미니즘 작가인 윤석남은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페미니스트 운동에 대해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일어나야 한다. 세게 일어나야 한다. 어떤 변화가 온 다음에 평등을 찾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좀 더 과격하게 해도 참아줘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과격하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제 시대에 좋은 그림을 그렸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여성 작가가 많다. 그런게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는다. 이런게 속상하다. 약오른다. 그래서 나는 명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한다는 욕심이 있다”며 “후배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몸 관리 잘하라고. 그림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관리하고 있고 오래토록 작품활동을 할 거다”고 첨언했다. 

장파, Drawing for Brutal Skins 시리즈, 2018, 종이에 펜과 수채 [사진=서울대미술관]

여성 문제와 관련해 미술 작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한 작가는 “미술은 감정과 감각을 다루는 파트다. 작가는 사회의 감각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감각적으로 사회를 바꿀 것이냐 고민하는 사람이 작가다. 지금의 사회분위기에 맞는 새로운 감각들, 그런 것들에 대해 사실 좀 더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또 다른 현대미술 작가는 “감각을 더 극대화하는 게 예술이라 생각한다. 감각을 다루는 전시가 있어야 한다. 일종의 조형 언어로 더 많은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그런 감각들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89hk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애경家 3세' 채문선 유튜브 돌연 폐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애경그룹의 '오너 3세'인 채문선 탈리다쿰(Talitha Koum)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폐쇄됐다.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채 대표가 채널을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은 현재 사라지고 관련 숏츠 영상만 노출돼 있는 상태다.  애경그룹 '오너가 3세' 채문선 탈리다쿰(Talitha Koum) 대표가 유튜버로 데뷔했다. 사진은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코너에서 발언하고 있는 채문선 대표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채문선의 달리다 꿈' 영상 갈무리] 채 대표가 지난해 9월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에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코너를 열고 유튜버 활동의 시작을 알린 지 3개월여 만이다. 일각에서는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제주항공의 최대주주는 애경그룹이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제주항공의 지분 50.4%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 있다. 애경자산관리도 제주항공의 지분 3.22%를 갖고 있다.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이번 여객기 참사 이후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 하락으로 애경그룹 기업가치도 떨어졌다.  채문선 대표는 1986년생으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장녀다. 지난 2013년 '세아그룹 오너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당시 상무)와 결혼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탈리다쿰'을 운영 중인 채 대표는 매일유업 외식사업부와 애경산업 마케팅 직무 등을 역임했다.  애경그룹은 장영신 회장의 남편인 고(故) 채몽인 창업주가 1954년 애경유지공업을 설립해 세탁비누를 생산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제주 출신인 부친의 뜻에 따라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손잡고 제주항공을 설립했다. 이번 참사 발생 후 채 총괄부회장이 무안 현장을 찾아 유족들에게 유족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의 뜻을 전했다. . nrd@newspim.com 2025-01-02 18:34
사진
'콘크리트 둔덕' 위법성에 말바꾼 국토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우리나라 역대 항공사고 가운데 세번째 대형 사고로 자리매김하게 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에 대해 해외 항공전문가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지만 국토부는 자체 규정을 지켰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해외 권장 사항대로만 공항 로컬라이저 설치가 이뤄졌다면 이같은 대형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 해명에만 급급하는 국토부가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2일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형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무안공항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에 대해 국토부 책임론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안=뉴스핌] 조은정 기자 =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사고 현장에서 콘크리트 지지대로 구성된 로컬라이저 모습 ej7648@newspim.com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적법한 것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적법'의 근거는 콘크리트 시설물이 지지하고 있는 로컬라이저가 '공항 안'이 아닌 '공항 밖'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해외 항공전문가들은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 시설이 콘크리트 지지 기둥이 있는 둔덕 형태로 설치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공항 내 모든 시설물은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로 조립돼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철골과 같은 부서지기 쉬운 시설물이어야 만약 비행기가 충돌하더라도 경미한 사고로 끝날 수 있어서다. 실제 2015년 4월 일본 히로시마공항에 불시착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철골 지지대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충돌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갔고 탑승객 81명 중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국내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국토교통부 예규)에서도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문제는 해당 로컬라이저가 종단안구역 외부 즉 공항 외부 시설물이라는 점이다. 국토부가 규정을 지켰다는 근거다. 이는 관련 국제규정인 'Doc 9137-AN/898 Part 6'에도 있는 내용이란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국내 규정인 '공항안전운영기준'(국토교통부 고시)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종단(끝)부터 최소 90m를 확보해야한다.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199m로 최소 기준보다는 약 110m 길고 다른 국내공항보다 긴 편이다. 포항경주공항은 92m로 최소 규정을 간신히 맞췄으며 그외 사천공항은 122m와 177m로 구성됐으며 울산공항은 200m, 제주공항이 240m로 가장 길다. 이 종단안전구역을 벗어나면 '공항외' 시설이 되는 셈이다.  다만 국제규정에서는 240m를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내기준인 연방항공국(FAA) 기준은 300m로 국제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만약 이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항공기 제동을 돕는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엔 EMAS를 설치한 공항이 한 곳도 없다. 규정이 없어서다. 더 큰 문제는 무안공항의 해당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이 끝나고 5m 밖 지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규정 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이로 인해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는 점은 자명하다. 국토부의 해명은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해명과 달리 항공당국도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의 잠재적 위험을 알고 손을 보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때부터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지하는 문제의 둔덕을 설치했다. 이는 내구연한(15년)이 지나면서 2023년 개량 작업에 들어갔는데 30㎝ 두께의 콘크리트판을 더 올렸다. 이 과정에서 보강공사 시행자인 한국공항공사는 '장비 안테나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파손성(Frangibility)을 고려해 설계하여야 한다'고 적시했다. 즉 국제규정인 '부서지기 쉬운 시설물'을 공항 주변에 설치해야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무안공항 시설물 개량사업에서 콘크리트 지지 기둥은 오히려 더 강화된 셈이다. 이는 태풍 등으로 로컬라이저가 부서지는 걸 막기 위한 보강 조치였다는 게 국토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태풍을 만나는 빈도가 가장 잦은 제주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철골로 돼 있다. 결국 국토부도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 설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을 비롯한 해외에도 비슷한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 지지대 구조물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는 반박이 제기되자 입장을 바꾼 상태다. 국토부는 "우리가 보유한 자료상에는 그렇게 돼 있는데 외국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는 주장이 있어 다시 보완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전국 공항 내 항행안전시설물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키로 했다. 여수·광주·청주공항에도 무안과 유사한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서다. 제대로 된 시설물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종단구역이 끝나고 5m 지난 지점에 콘크리트 둔덕을 만들어놓고 규정을 지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뭐라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처음이었던 것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donglee@newspim.com 2025-01-02 17:0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