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6주 전만해도 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180도 바꿔 금융시장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회의를 마치고 연방기금(FF) 금리 목표범위를 2.25~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동결은 예상됐던 바지만 이후 투자자들은 FOMC 성명서를 보고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6주 전인 지난달 18~19일 FOMC에서 올해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연준이 이날 성명에서는 금리 인하의 여지도 있음을 시사하는 새 문구를 성명을 통해 드러낸 까닭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무역갈등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동시 탈퇴) 위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중단) △ 금융 여건 긴축 등을 언급하며 가이던스 변경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180도 입장 전환으로 일부 연준 전문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고 FT는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요인들은 지난달 12월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연준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하겠다는 문구를 유지했다.
강력한 미국 경제 성장세와 노동 시장의 호황, 임금 상승, 금융 시장의 안정 등 현재 거시 환경에 비춰봤을 때 연준의 입장 전환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셧다운도 적어도 현재로써 끝이 난 상태라고 FT는 전했다.
코너스톤 매크로의 로베르토 페릴리 파트너는 "크고 놀라운 변화였다"면서 "(하지만)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JP모간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같이 커다란 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연준이 이같이 크게 방향을 바꾼 적은 기억에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연준이 이렇게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리차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같은 '비둘기' 인사가 연준의 의사결정 과정을 장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연준이 금융 시장의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제시됐다.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게이펀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최근 시장 변동성에 항복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날 연준의 대차대조표 관련 가이던스가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최근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졌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연준은 이날 경제와 금융 여건의 변화에 맞춰 대차대조표 정상화에 대한 세부사항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특별히 나쁘지 않은 한 보유자산 축소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던 지난 12월 때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일부 분석가는 연준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준은 긴축정책의 주요 논거로 실업률이 추가로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댔다. 그러나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다른 지표 가운데 실질 인플레이션(actual inflation)만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게이펀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경제수치의 단기적인 변동에 의해 지나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며 "주된 우려는 과도한 지표 의존적인 스탠스로 연준이 시장 움직임에 휘둘려 방향성 없는 대응을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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