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이후 5년만…'염력' '도리화가' 부진 씻어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극한직업’이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이로써 주연배우 류승룡은 ‘사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5년의 침체기 끝에 만들어낸 값진 성과다.
모두가 알다시피 류승룡은 자타공인 충무로 대표 연기파다. 2004년 영화 ‘아는 여자’로 데뷔한 그는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배우 인생의 첫 전성기가 온 건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첫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7번방의 선물’(2013), ‘명량’(2014)으로 각각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매해 새 작품을 내보내기도 힘든 충무로에서 3년 연속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곧 침체기가 찾아왔다. ‘명량’ 이후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작품 활동을 멈춘 건 아니었다. 천우희, 이성민과 함께한 ‘손님’(2015), 수지를 전면에 내세운 ‘도리화가’(2015), ‘부산행’(2016)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염력’(2018), 장동건과 호흡한 ‘7년의 밤’(2018)까지 매해 하나 이상 신작을 선보였다. 그러나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이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작품이 ‘염력’. 고작 99만111명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침체가 계속되자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작된 구설 때문이란 의견도 나왔다. 2014년 대학 동창인 배우 김원해, 이철민이 “(성공한 후) 류승룡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 게 논란이 됐다. 애당초 그럴 사람이 아니었으니 모든 건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미 ‘인성 논란’ 꼬리표가 붙은 후였다. 시기가 겹치다 보니 이 사건이 류승룡의 호감도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여론을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보다 ‘작품’ 문제가 컸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서일까. 류승룡은 이상하리만큼 대중적인 작품을 고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류승룡은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대체로 신선한 걸 선택했다. ‘이걸 보면 깜짝 놀라겠지? 짠하고 보여줘야지!’란 생각이 드는 작품을 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상대가 먹고 싶은 게 아닌 내가 먹이고 싶은 음식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이번 ‘극한직업’은 더 설렌다. 신선하면서도 관객들 역시 먹고 싶어했던 음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 |
류승룡의 예상은 적중했다. ‘극한직업’은 최근 몇 년 출연했던 작품과 달리 대중적이었다. 치킨이란 친숙한 소재와 타율 높은 웃음은 관객의 공감을 얻었고, 개봉 1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작품 속 그의 연기야 언제나처럼 훌륭하다. 더욱이 코미디는 류승룡이 두각을 나타내는 장르. 극중 마약반의 우두머리자 ‘좀비’ 고반장으로 분한 류승룡은 능청맞은 표정과 말투, 완벽한 완급조절로 관객을 웃게 했다. 특히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고반장의 대사는 관객 사이에서 회자되며 숱한 패러디를 낳고 있다. 이만하면 류승룡의 완벽한 부활이다.
jjy333jjy@newspim.com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