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한국에서 ‘좀비물’은 컬트적 장르, 일부 마니아만 찾는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점차 주류 장르로 성장하더니 급기야 문화 전반에 폭넓게 자리 잡았다. 스크린은 물론 안방극장까지 좀비가 활보하기 시작했다.
영화 '부산행' 스틸 [사진=NEW] |
좀비물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이 흥행하면서다.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KTX에서 칸을 옮겨 다니며 좀비 떼와 사투를 벌이는 스토리에 관객은 열광했다. 실제 영화는 1156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한국형 좀비물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좀비물은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만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공조’(2017) 김성훈 감독이 좀비와 사극을 접목한 ‘창궐’을 선보였다. 좀비를 코미디 장르에 녹인 ‘기묘한 가족’은 13일 개봉을 앞뒀다. 좀비에게 물리면 젊음을 되찾는다는 설정 아래 좀비와 인간의 공존을 그렸다.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은 좀비를 조선시대로 끌고 왔다. 피폐해진 조선에서 죽은 왕이 되살아나고 위기에 몰린 왕세자가 왕의 병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터널’(2016)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고 드라마 ‘시그널’(2016) 김은희 작가가 집필했다. 지난달 25일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좀비물이 국내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식의 해석, ‘변주’에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한국적인 좀비물은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때로는 군중, 대중의 모습을 풍자한다. 단순히 괴기한 존재가 등장해 공포를 주는 게 아니라 재난영화 성격을 띤다. 우리나라는 재난 장르가 먹힌다. 우리식의 해석을 넣은 것이 주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장르와 장르를 섞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제작에 있어 이질적인 것을 섞는 게 우리 콘텐츠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다른 걸 붙여 새 것으로 발효시키는 문화다. ‘부산행’은 액션, ‘창궐’, ‘킹덤’은 사극, ‘기묘한 가족’은 코미디 장르로 해석했다. 사실 좀비물 자체는 B급이라 폭넓은 대중을 상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해석들이 들어감으로써 폭넓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영화 '기묘한 가족'(왼쪽)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넷플릭스] |
좀비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의 시퀄 ‘반도’를 준비 중이다. 한반도를 배경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전역에 퍼진 이후의 상황을 담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롯데크리에이티브 공모전 대상작인 ‘여의도’를 기획 중이다.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이 창궐해 폐쇄된 여의도에 은행을 털러 잠입한 일당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액션이다.
‘완벽한 타인’(2018) 이재규 감독도 차기작으로 학원 좀비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주동근 작가의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이 원작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킹덤’은 이미 시즌2 촬영에 돌입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좀비물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좀비물을 보는 대중의 편견, 거부감이 사라졌다. 또 여러 장르와 접목하기가 쉬운 만큼 당분간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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