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2월22일~5월5일까지
부산, 순천, 제주 등 전국 순회전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이 예술작품을 통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전한다.
재단법인 숲과 나눔이 주최하고 성곡미술관과 플랫폼C가 주관하는 '크리스 조던:아름다움 너머'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들을 적나라하게 담아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준다.
변호사로 10여년간 일하다 2003년부터 사진작가로 전향한 크리스 조던(56)은 환경문제와 관련한 작업에 매진해 왔다. 특히 플라스틱 대량 생산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선보인 영화 '알바트로스'로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미드웨이 시리즈 중에서(Midway: Message from the Gyre), 64x76cm, Archival Pigment Print_PLEXIGLAS. XT (UV100), 2009~, © Chris Jordan |
'알바트로스'는 그가 미국 미드웨이 섬에서 8년간 촬영한 영상물이다. 섬에 서식하는 새 알바트로스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다 죽음을 맞는 상황을 담았다. 작가의 미드웨이 시리즈 중 뱃속이 플라스틱으로 채워진 알바스트로 사체 사진은 이미 유명하다. 영화 '알바트로스'와 그의 대표작 '미드웨이'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이를 포함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진, 영상작품 64점이 전시된다.
재단법인 숲과 나눔의 장재연 이사장은 "저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지만 환경문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범지구적인 환경문제를 알리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크리스 조던은 예술을 통해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대량소비로 인한 각종 문제를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환경문제의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작가"라고 전시의 취지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비너스'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크리스 조던(왼쪽), '비너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24만 개의 봉지 이미지를 볼 수 있다. |
20일 성곡미술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크리스 조던은 "대량소비에 관심을 가진 건 15년 전부터다. 연구할수록 인간의 문화가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지, 그 거대한 힘에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말했다.
크리스 조던은 예술이 환경캠페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술이 인간의 문화를 치유하는데 중요한 가능성이 있다. 인간은 모든 문제를 머리로 해결하려는데, 예술은 더 깊은 차원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감정'이나 '무언가'를 느끼면 행동하게 된다. 이 행동은 변화를 일으킨다"며 "슬픔, 분노, 공포 등 감정을 일으키는 예술작품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동기를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업한다. 실물을 담은 사진, 그리고 사진으로 사진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두 형식의 작품은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슈퍼마켓 종이가방들 (supermarket Bags), 140x186cm, Archival Pigment Print, 2007, © Chris Jordan(왼쪽)/ 슈마바 숲(Sumava), 140x233cm, 2018, Archival Pigment Print © Chris Jordan |
한달 전 체코에서 찍은 '슈마바 숲'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체코와 독일 국경지대에 있는 슈마바 국립공원의 설경을 찍은 이 사진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다. 크리스는 "체코에서는 어린 나무를 베어낸다. 이 나무들은 가구나 목재로도 사용할 수 없고 마분지나 하드보드로 이용된다. 그러니까 사진 속 나무들은 머지 않아 마분지나 하드보드로 사용하게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슈마바 숲' 옆에 전시된 '종이가방'도 강한 울림을 준다. 언뜻 대나무 같지만 미국에서 사용되는 갈색 종이 슈퍼마켓 백 114만개로 만들었다. 인류의 대량소비 통계치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크리스는 두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 구조에 만족하며 동시에 자신의 철학을 단번에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작품 '타이타닉' 앞에서 크리스 조던. 이 작품은 타이타닉 위에 원자력 굴뚝이 올려진 형상. '타이타닉'을 가져온 이유는 인간의 오만을 표현한 것이라고. 타이타닉이 만들어질 당시 '가라앉이 않는 배'라고 했지만 첫 번째 항해에서 가라앉았다. 원전 역시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났다. 작가는 "인간의 교만함을 '타이타닉'으로 비유했다. 원전 사고 역시 마찬가지. 그림을 자세히 보면 6만7000개의 버섯 구름 이미지가 있다. 6만7000개는 미국에서 배출되는 고농출폐기물 수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2019.02.20 89hklee@newspim.com |
작가의 작품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차이가 있다.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이미지들이 쌓여있다. 작가는 작은 이미지를 엮어 분명한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크리스는 보티첼리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을 차용한 '비너스'를 작업했다. 멀리서 보면 '비너스'지만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은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비닐 봉지 24만개의 이미지다.
크리스는 "비너스는 사랑의 여신이다. 성적인 사랑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으로 알려져 있다. 조개에서 태어난 비너스이니 인류의 모든 어머니는 바다다. 이를 연결시킨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본에는 없는 비너스의 눈물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전시가 시작되는 오는 22일에는 크리스 조던 감독과 함께 보는 '알바트로스'가 오후 3시30분부터 진행된다. 23일에는 크리스 조던 작가 마스터 클라스가 오후 2시 열린다. 이 두 프로그램 모두 사전신청(50명)으로 운영된다.
전시는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 가능하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F1963 석천홀, 5월21일~6월10일), 순천(순천문화예술회관, 8월), 제주(제주현대미술관, 10월) 등 전국 순회전시로 이어진다. 입장료 전액은 '플라스틱제로' 캠페인 기금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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