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발생 7개월 지났지만 현지 주민 여전히 고통
원인 규명 늦어져...'붕괴' vs '유실' 대립 첨예
최근 1.3조 UAE 원유비축기지 수주에도 못 웃어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라오스 댐 붕괴로 한차례 곤혹을 치른 SK건설이 공사재개 장기화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고로 71명의 희생자와 1만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한 만큼 라오스 정부가 쉽게 원인 규명을 결론짓지 못하는 모양새다. 유가족 합의 및 보상 문제도 남아 올해 상반기 공사 재개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보상비 증가와 신인도 하락으로 SK건설의 부담은 커질 공산이 크다.
댐 붕괴 사고가 발생한 라오스 아타파주(州) [사진=로이터 뉴스핌] |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건설과 라오스 정부는 세피안-세남노 댐 붕괴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째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애초 라오스 정부가 지난달 공식 견해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현재로선 상반기 안에 발표할지도 불투명하다.
조사 결과가 늦어지는 이유는 양측간 견해차가 큰 탓이다. SK건설은 해당 사고가 ‘붕괴’가 아닌 ‘유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붕괴는 구조물이 그대로 내려앉았다는 의미고 유실은 물에 쓸려갔다는 뜻이다. SK건설은 사고 당시 예상치 못한 폭우가 쏟아진 탓에 일어난 ‘자연재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부실시공으로 인한 ‘인재’였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오스 비극을 둘러싼 몇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법 절차를 무시하고 서둘러 차관을 집행했으며 조기담수 보너스(2000만 달러)를 용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SK건설이 조기담수를 챙기고 이윤을 늘리고자 무리하게 설계를 변경했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국내 시민단체로 이뤄진 '라오스 댐 사고대응 한국시민사회 태스크포스(TF)'도 시공사의 주장과는 다른 조사결과를 내놨다. TF 측은 현지조사과정에서 사고 당시 강수량이 예상치 못한 수준이 아니었고 정작 사고 직전에는 비가 멈췄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SK건설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라오스대사관에서 깜수와이 깨오달라봉 대사에게 라오스 댐 사고 관련 위로의 뜻을 전하며 긴급 구호금 1000만 달러를 기탁했다. [사진=SK] |
공사가 장기화할수록 SK건설의 부담은 커진다. 이 공사는 7800억원 규모로 공정률이 90% 정도다. 유가족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수백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SK건설의 부실 공사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결정나고 공사 지연이 장기화화면 손실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사고 원인 및 피해자 보상 규모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SK건설의 피해액을 현재로선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며 “다만 희생자가 많고 공사지연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 천억원대 이상의 손실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신뢰도 하락도 풀어야할 숙제다. SK건설은 지난해 1분기 만에도 해외수주금액 25억달러를 넘기면서 해외건설협회 통계기준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라오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연말까지는 약 1억8000만 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부실시공 논란으로 인한 대외 신뢰도 하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SK건설은 일단 라오스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면 원인에 따라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보상할 것은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외신을 통해 라오스 정부의 소식을 겨우 파악하는 상황이라 답답한 노릇이다"며 "워낙 대형사고이고 인명피해도 있었으니 원인 파악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