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통치를 받는 시리아 국경 골란고원의 주권이 이스라엘에 있다고 공식 인정하면서 전 세계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골란고원의 주권 문제와 직접 관련된 시리아는 물론 유럽연합(EU)와 러시아, 터키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권 공식 인정 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리아 정부는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공식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했다.
시리아 국영 통신사가 발표한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골란고원에 대한 주권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시리아 외교 소식통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미국의 눈먼 편견을 보여줬다면서 골란이 시리아와 아랍의 것이라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52년이 지난 이제, 미국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완전히 인정할 때”라면서 “이것이 이스라엘과 지역 안정에 전략·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국기.[사진=로이터 뉴스핌] |
◆ 프랑스 “골란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은 국제법에 어긋나”
골란 지역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부터 60㎞ 떨어진 곳에 있는 고원지대로 1967년 아랍과 이스라엘 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됐다. 1981년 이스라엘 의회는 이 지역에 자국법을 적용하는 법안을 비준해 이 지역을 통치해 왔지만 세계 정부는 이스라엘의 통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리아는 골란고원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통치권 회복을 추진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주 국무부가 발표한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미국 정부는 골란지역과 관련, ‘이스라엘이 점령한’이라는 표현 대신 ‘이스라엘이 통제하는’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며 이 같은 기조 변화를 알렸다.
당사자인 시리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바레인과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이사회(GCC)의 압둘라 알자야니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은 아랍 골란고원이 1967년 이스라엘에 의해 무력으로 점령된 시리아 영토라는 사실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EU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EU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EU는 국제법과 같이 골란고원을 비롯해 1967년 6월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것을 이스라엘의 영토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맞섰다. 울리케 데머 독일 정부 대변인은 “골만고원은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시리아의 영토”라면서 “국경이 변경되려면 관계 당사국들간 평화적인 수단에 의해 이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브리핑에서 “골란은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이며 프랑스는 1981년 이스라엘의 합병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무부는 “점령된 골란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몇 안 되는 세계 지도자 중 하나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오는 2020년 대선에서 유대인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많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장 내달 9일 총선을 치르는데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는 데다 경쟁 후보가 바짝 추격하고 있어 국내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여정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공화당인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선호를 보여온 미국 내 유대인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같은 조치를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유대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지지하지 않는 종교 집단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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