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준 흔들기’가 점입가경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2015년 12월 제로금리 종료 이후 3년 가량 시행한 양적긴축(QT)에서 사실상 발을 뺐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17년 백악관 입성 전부터 연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성이 보장된 중앙은행을 거듭 압박하는 것은 2020년 대통령 선거와 맞물린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미국의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3월 고용 지표가 미국 경제의 강한 펀더멘털을 드러냈지만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가 성장을 늦추고 있다”며 또 한 차례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연준이 양적긴축(QT)이 아닌 양적완화(QE)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공개됐을 때도 연준을 몰아세웠다. 지난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이 아니었다면 미국 경제 성장률과 뉴욕증시가 더욱 호조를 이뤘을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통화정책 개입에 월가와 경제 석학들은 강한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그의 연준 흔들기가 구두 발언에 그치지 않고 소위 ‘파월 저격수’로 통하는 자신의 측근들을 정책 위원으로 심으려는 움직임은 위험한 행위라는 경고다.
아울러 날로 수위가 높아지는 연준 압박이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속셈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4% 성장률을 자신했던 그가 4분기 성장률이 2.2%로 가라앉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초조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지명한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서 활약했던 인물로, 최근 연준이 금리를 50bp(1bp=0.01%)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월가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 가운데 두 차례는 정책 실수라는 주장이다. 이후 백악관에서도 50bp 금리인하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그가 연준 정책위원으로 자격 미달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 하지만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어 카드’를 끝까지 고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어에 이어 신임 연준 이사로 거론되는 허먼 케인 전 공화당 대선 후보 역시 파월 의장의 정책 기조에 비판적인 동시에 ‘친(親) 트럼프’ 인사로 분류된다. 그가 실제로 지명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고리가 인사 청문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소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모토를 앞세워 백악관을 차지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연준 흔들기는 이 같은 맥락이라는 데 석학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정책 연구소인 비콘정책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븐 마이로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압박을 통해 내년 대선의 열쇠인 경제 성적표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금리인하 압박의 배경은 매우 명료하다”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