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배구조법 내부통제기준 포함 법 위반 여부 검토
법 위반시 제재 근거 생겨…은행 제재 가능성 높아질 듯
피해규모 컸던 '경남은행', 제재 불가피 전망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감독원이 대출금리를 조작한 은행들을 제재할 수단으로 은행법 대신 지배구조법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은행법에는 제재 근거가 없고, 제재가 가능하도록 개정되더라도 소급적용이 불가능해 다른 법령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부당금리가 적발된 KEB하나은행, BNK경남은행,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경남은행의 경우 피해규모가 여타 은행에 비해 커 제재의 칼날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KEB하나은행, BNK경남은행,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검토중이다. 초점은 지배구조법 내부통제기준을 포함해 다른 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그간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준수했는지를 보고 개선 조치를 취했지만, 이번에는 제재 근거가 있는 상위법을 기준으로 하겠다는 것.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사 결과를 정리하면서 지배구조법을 포함해 상위법을 위반했는지, 또 이를 제재심의위원회에 회부할 지를 포함해 보는중"이라며 "지배구조법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만일 내부통제기준이나 갖춰야 할 중요한 장치를 위반했다면 제재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경남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 [CI=각 사] |
이들 은행은 지난해 6월 금감원 검사 결과 주먹구구식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한 것이 적발됐다. 대출자의 소득을 줄이거나 담보를 빼 높은 이자를 받는 식이다. 당시 피해규모는 26억6900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사례는 총 1만2279건이다. 은행들은 피해자들에게 부당금리에 대한 환급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제재를 받지 않은 이유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였다. 대출금리 모범규준 위반에 해당하지만 은행이 내규 형태로 반영한 자율 규제로 당국은 법규가 아닌 내규 위반을 제재할 수 없다. 여기에 은행 불공정영업행위에 부당금리 부과를 포함시켜 제재가 가능하도록 한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통과되더라도 소급적용은 불가능하다.
이에 금감원은 지배구조법을 주목한다. 지배구조법 제24조 내부통제기준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사고나 불공정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업무 준수 절차, 이를 확인하고 위반한 사례를 처리하는 체제, 방지하기 위한 기준 등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다. 지배구조법을 위반할 경우 금융사나 임원, 임직원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위법행위의 시정 및 중지, 경고, 수사기관에 고발, 임직원 해임, 감봉, 문책 등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금융권에선 제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당국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나 이를 위한 내부통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에 집중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여론상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정치권에서도 솜방망이 징계로 부당금리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감원도 손을 놓긴 어려울 것"이라며 "최종 결정은 제재심의원회가 하겠지만, 넘기는 과정에서 검사국의 의사가 전달되는 구조"라고 전했다.
특히 경남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피해규모가 커 제재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남은행은 최근 5년간 취급한 가계대출 중 6%인 1만2000건에 대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반 건수가 많고 적고보단 법을 위반했냐 안 했냐를 중요하게 본다"면서도 "위규 사항의 정도나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다만 금감원은 현 시점에서 제재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사국 내에서 제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이후 제재심의국 심사 의뢰, 제재심의위원회 회부, 금감원장 결재나 금융위 의결 등 여러 의사결정을 거쳐야 한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