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매년 진행된 혜화동 1번지 기획 공연 7작품
참사로 아이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 전하는 '내 아이에게'
세월호 희생자들의 진혼을 시도하는 '명왕성에서' 까지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벌써 5년이 지났다. 잊지 못할, 잊어서는 안될 세월호 5주기를 맞아 다양한 공연이 관객과 마주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창작된 작품부터,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은 작품까지 여전히 진행 중인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 혜화동 1번지 7기 동인의 7작품…2019 세월호 '제자리'
혜화동 1번지 7기 동인 '2019 세월호' [사진=혜화동 1번지] |
혜화동 1번지는 2015년부터 세월호를 기억하는 동시에 현재진행형의 참사로 인식하고자 기획초청공연을 이어왔다. 6기 동인부터 시작된 기획공연은 올해 7기 동인이 이어받아 '제자리'라는 키워드로 우리가 겪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며, 고민해야 할 사회적 참사의 의미를 7개 작품으로 선보인다. 각 공연을 통해 '세월호' 담론을 확장시키고 우리 사회가 함께 바라봐야 할 사회적 참사에 대한 질문을 모색한다.
혜화동 1번지 7기 동인의 △이재민(잣프로젝트) '겨울의 눈빛'(4/4~14) △임성현(쿵짝프로젝트) '디디의 우산'(4/18~28) △김기일(엘리펀트룸) '아웃 오브 사이트'(5/2~12) △신재(0set프로젝트) '바람없이'(5/23~6/2) △송정안(프로젝트그룹쌍시옷) '어딘가에, 어떤 사람'(6/6~16) △윤혜숙(래밋홀씨어터) '더 시너'(6/20~30) 6작품에 더해 세월호 유가족극단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신작 '장기자랑'(7/4~7)까지다. 모두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된다.
'어딘가에, 어떤 사람'의 송정안 연출은 "우리는 과연 잊지 않았다고, 또 잊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감히 달라졌다고, 바꿀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심히 삶에 감사하며 살게 하는 것은 혹 망각이 아닐까?"라며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아직 끝났다고 결코 말할 수 없는 참사 앞에서 우리가 생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기억의 자리에 망각을 들여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내 아이에게'
연극 '내 아이에게' 공연 장면 [사진=서울연극센터] |
연극 '내 아이에게'(작/연출 하일호)는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2015년 초연된 후 제11회 광주평화연극제(2015) 평화연극상, 제37회 서울연극제(2016)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후 2017년부터 매년 4월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는 12일부터 14일까지 성북마을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차디찬 바다 속에 잠들었다가 이제 하늘의 별이 돼 빛나는 아이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내밀한 편지와 일기 형식으로 구성됐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세월호 유가족이 겪은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가공하지 않고 보여준다. 사랑하는 아이를 빼앗긴 어머니가 토해내는 울분은 폭력적인 권력과 돈의 굴레 아래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민낯과 조우하게 만든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제 방송됐던 영상과 음향을 사용하며, 모노드라마 형식과 다큐멘터리 형식이 융합해 새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극단 측은 "비극을 이기는 힘은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며, 고통 받는 곳에 내미는 연대의 손길, 그리고 진실에 다가서려는 숭고한 의지"라며 "작품을 통해 슬픔과 눈물을 감당할 때, 공감의 순간이 찾아오고 성찰로 우리를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진혼극…'명왕성에서'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사진=남산예술센터] |
연극 '명왕성에서'(작/연출 박상현)는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외면했던 말들을 끌어올려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망자들과 남겨진 이들을 더 가까이 만나고자 한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서울 근교 모 고등학교 방송실에서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송반 학생들의 대화로 시작하는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제 증언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다.
박상현 연출은 "2014년 5월,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소극장에 찾아와 대단히 미온적이고 부실한 정부의 수사, 유가족에 대한 왜곡된 보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 이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자 약속했는데, 정부가 바뀌었어도 배만 올라왔을 뿐 달라진게 없었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며 "이별의 형식을 통해 죽음과 이별의 고통을 응시하고 진혼을 시도하는 일종의 씻김굿"이라고 설명했다.
손원정 드라마터그는 "아이들의 말, 어머니의 말, 잠수했던 분들과 시신을 수습했던 분들의 말을 빌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기억을 극장에 소환한다. 배우들의 입과 몸을 통해 망각과 기억이 얼마나 가깝게 붙어 있는지, '잊으라'는 말이 얼마나 잊을 수 없는 것인지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명왕성에서'는 오는 5월 12일부터 26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