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도입 추진 이후 '부정적' 평가 일색…"헬스케어 현실과 맞지 않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IBM이 개발하고 국내 병원 중에는 가천대 길병원이 최초로 도입해 눈길을 끌었던 의료용 인공지능(AI) 왓슨(Watson)이 기대보다 훨씬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가 발간하는 잡지 <스펙트럼>은 4월호 기사에서 IBM이 2014년 요란을 떨며 공개한 왓슨이 헬스케어 시스템 현실과 맞지 않는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IEEE 스펙트럼] |
지난 2017년 버지니아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AI는 주류이자 현실이며 “헬스케어에 관한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그 이후 미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은 AI 의료 기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또 의사들의 지식을 소프트웨어에 인코딩하는 작업은 IBM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으며, IBM이 2011년부터 헬스케어 업계에 왓슨 도입을 추진하고 지금까지 50건 정도의 파트너십이 발표됐지만, 실질적인 상품 개발로 이어진 사례도 없다.
그중에서도 환자의 암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의 경우 기계학습과 의사들의 진료 방법에 근본적 차이가 있어 AI를 암 치료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왓슨이 독립적으로 의료 정보를 분류하고 분석해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이 어려운데다, 연구원들은 환자의 전자 건강 기록에서 정보를 빼내는 것도 예상했던 것만큼 쉽지는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매체는 IBM이 당초 미국에서 왓슨 온콜로지 바이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한국과 인도, 태국 등에 판매하는 데 성공했지만 최근 이곳 병원들의 사용 후기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는 마니팔 종합 암센터가 638건의 유방암 케이스를 평가한 결과 치료 권고에 있어 73%의 일치율을 보였으며, 전이성 유방암에서 일치율이 특히 낮게 나왔다고 보고했다.
가천 길병원에서는 656명의 대장암 환자에 대한 권고 사항을 살펴본 결과 일치율이 4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령 환자군에서 일치율이 특히 낮게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체는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왓슨 포 온콜로지의 기술 효과가 기대치에 부합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인데, 왓슨 포 온콜로지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 연구는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 영상의학계의 선구자로 알려진 엘리엇 시걸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앞으로 AI 장착 도구들이 앞으로 10년 안에는 의사들이 거부할 수 없는 도구가 되겠지만 IBM이 관련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AI부문에 (IBM이) 특출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목할 만한 제품들은 구글, 애플, 아마존에서 나오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