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한수원 산업은행 등 작년부터 발행기업 급증
해외 투자자 다각화+기업 이미지 제고+금리 매력 삼박자
[편집자주] '그린본드(Green Bond)'를 아시나요? 구태여 한글로 번역하면 '친환경 채권'쯤 될텐데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보단 내 돈이 쓰이는 목적이 친환경 프로젝트이기를 원하는 투자자금으로 조성된 채권을 말합니다. 기후변화나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그린본드 발행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돈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선 투자자 확보도 쉽고,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러브콜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돈의 성격상 다소 모호한 기준과 낮은 유동성 등 투자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도 분명 있겠지요. 종합민영통신 <뉴스핌>이 발행자와 투자자 양 측면에서 그린본드의 장점과 한계가 뭔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목차>
① '친환경 자금조달' 그린본드 발행 '러시'
②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모호한 잣대
③ 투명성·안정성 확보...은행·연기금이 찾는다
[서울=뉴스핌] 백진규 김지완 기자 =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한 그린본드 발행이 늘고 있다. 고정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유리한 조건에 채권발행이 가능한데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 글로벌 그린본드 활성화, 국내 발행도 급증
그린본드(Green Bond)는 기후변화 및 재생에너지 같은 친환경 프로젝트, 인프라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지난 2007년 유럽투자은행이 처음으로 발행한 뒤 전 세계적으로 발행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2013년 수출입은행이 최초로 발행했다.
지난해 발행물량을 보면 △한국수출입은행(4억달러) △한국수자원공사(3억달러) △한국수력원자력(6억달러) △기업은행(5억달러) △롯데물산(2억달러) △LG디스플레이(3억달러) 등이 달러표시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KDB산업은행(3000억원)과 신한은행(2000억원)은 원화 표시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지난 2013~2017년 합계 발행액이 20억달러를 웃돈다. 글로벌 그린본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그린본드 발행이 늘었다.
◆ 추가비용 발생해도 더 이익, 기업 이미지 제고는 덤
그린본드로 조달한 금액은 친환경 등 특수 목적으로 사용이 제한되며, 발행 전부터 적격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인증비용이 발생한다. 주로 회계법인 등이 세컨더리 파티 오피니언(SPO)으로 참가한다. 또한 발행 후에도 매년 사용내역을 공시해야 하는 만큼 업무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그린본드 발행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전문투자자를 확보하기 용이하고, 발행 금리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린본드 인증비용이 채권발행에 영향을 줄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올해 4월 LG화학은 15억6000억달러(약 1조7800억원) 규모의 달러·유로 표시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국내 기업이 발행한 그린본드로는 최대 규모다. 그런데 모두 105억달러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제시금리 대비 최대 0.35%포인트(p)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조달 금액은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당시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임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케티이미지뱅크]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역시 지난해 7월 6억달러어치 그린본드를 발행하면서 제시금리보다 0.275%p 금리를 낮춰 발행했다. 미국 투자자 비중이 51%를 차지했는데,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지역으로부터 자금이 몰렸다.
이범진 한수원 재무금융팀장은 "유럽 미국 등지에서는 일정 비중 이상을 ESG채권(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는 전문투자기관들이 활동하고 있고,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금리도 낮출 수 있다"며 "한수원 그린본드는 세계 3대 책임투자지수인 MSCI ESG지수에도 편입돼 자유롭게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발행자 입장에서는 달러표시채권을 발행하면서 달러/원 스왑레이트에 따라 조달비용 절감을 노릴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미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1년물 달러/원 스왑레이트도 1.71%까지 벌어졌다.
외화 자금수요가 일정하게 발생하는 기업이라면 달러 자금조달 다양화 측면에서도 주로 달러와 유로화로 발행하는 그린본드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기업들은 그린본드 발행이 친환경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김동균 산업은행 부부장은 "그린본드 발행으로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국내 ESG채권시장 확대 필요성도 크다"고 전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수익보다는 안전자산 확보와 사회적 책임투자 측면에서 그린본드 투자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며 "수익률과 공익성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