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직접적인 타격 930억달러, 간접 충격 감안시 메가톤급 손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관세를 피해 상당수의 미국 기업들이 택한 해법이 멕시코 공장 이전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발언은 커다란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10일 5%를 시작으로 최대 25%까지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실제로 강행될 경우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와 농가의 타격 역시 작지 않을 전망이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이 카메라에 클로즈업 됐다. 2019.05.30.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미국 재계가 관세 철회를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다각도의 대응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이번에 발표된 관세가 소비자들에게 최대 930억달러(110조7600억원)에 달하는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무역 정책 매파로 통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조차 멕시코 관세에 반대했다는 소식은 후폭풍의 규모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멕시코 수입 규모는 총 3719억달러에 달했다. 이를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가 5%의 관세를 적용할 때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186억달러에 이르고, 25%의 관세가 동원되면 수치는 930억달러로 불어난다고 CNBC는 보도했다.
문제는 미국 경제의 부담이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이다.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수 차례에 걸쳐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오가는 자동차 및 부품과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기업 피해, 투자 위축과 금융시장 혼란까지 감안할 때 손실은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주요 산업별 멕시코산 제품 수입 현황을 분석한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이 연간 479억달러에 이르고, 자동차와 트럭이 각각 341억달러와 338억달러로 집계됐다.
컴퓨터 수입 물량도 249억달러에 이르고, 그 밖에 전자 장비(147억달러)와 원유(144억달러), 통신 장비(135억달러), 자동차 엔진(108억달러), TV(91억달러) 의료 장비(79억달러), 기계류(78억달러) 등 멕시코 의존도가 작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의류와 과실류 수입 물량이 각각 연간 77억달러와 73억달러로 파악됐고,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채소도 68억달러에 이른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에서 대량 수입되는 상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중국과 교역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미국이 중국과도 관세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을 감안할 때 폭탄 관세를 피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25% 관세가 적용되면 2020년 미국 GDP가 0.7% 위축될 수 있고, 멕시코 수출에 타격이 발생하면 침체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공회의소는 멕시코 관세를 가로막기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 적용의 법적 타당성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책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을 모두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멕시코가 보복에 나설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며 “공급망 교란과 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재계는 물론이고 정치권도 이번 멕시코 관세에 반기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