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유정 범행에 졸피뎀 사용한 것으로 추정
졸피뎀, 불면증 단기 치료제...신속한 효과로 널리 사용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사 처방 필요하지만 온라인 상에선 버젓이 거래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의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제 일종인 졸피뎀이 검출되면서 졸피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력한 효과를 가진 졸피뎀은 이전에도 각종 범죄에 악용된 적이 있어 철저한 관리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11일 이번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고유정이 범행을 저지른 시간은 지난달 25일 오후 8시에서 9시 16분쯤으로 추정된다"며 "피해자에게 투약됐다고 보이는 약물(졸피뎀)이 약 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는 점 등을 토대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졸피람정 10mg <사진=약학정보원> |
경찰은 고유정의 차량에서 채취한 전 남편 강모(36)씨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재분석을 의뢰한 결과 졸피뎀이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제주에 내려오기 전날인 지난달 17일 충북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수면제를 처방 받고 인근 약국에서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키 160cm, 몸무게 50kg에 불과한 고유정이 키 180cm, 몸무게 80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강씨를 상대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긴 어렵다고 보고 약물 투여 가능성을 수사해왔다.
국과수의 1차 약독물 검사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재검사 결과 졸피뎀 성분이 검출되면서 고유정 범행 수법에 대한 의문의 실마리가 잡혔다.
졸피뎀은 불면증의 단기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 보통 취침 직전 투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복용할 경우 환각증상과 자살충동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졸피뎀은 약물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으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서는 졸피뎀 거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졸피뎀은 강력한 효과에 구하기도 쉬운 탓에 각종 범죄 도구로 수차례 악용되며 문제로 지적된다. 국과수에 따르면 지난 2006년~2012년 진정제 성분 약물로 인한 성범죄 148건 중 졸피뎀이 사용된 범죄가 31건(21%)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17년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강제추행·살해하고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도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원래 의료용으로 쓰이다 불법적으로 악용되며 마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졸피뎀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어 전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수면유도제지만,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생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졸피뎀을 이용한 여러 범죄 사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여러가지 시점에서 사례를 검토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