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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적극적으로 변론해라”…안태근-법무부 소송서 판사 ‘호통’

기사입력 : 2019년06월19일 17:46

최종수정 : 2019년06월19일 17:47

안태근 전 검찰국장-법무부 면직취소소송 항소심 2차 변론기일
재판장 “적극적으로 변론하라…‘불가매수성’이 핵심 아닌가” 반문
안태근은 구치소서 재판부에 진술서 제출…“위법성 없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 처분된 안태근(54·사법연수원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건의 재판장이 19일 “제발 적극적으로 변론하라”고 변호인들에게 호통쳤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이날 안 전 국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면직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 쟁점은 법무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법무부 직제표이다. 법무부 검찰국장이 일선 검찰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고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하는 게 일반적인지, 또 법무부 산하에 있는 검찰국장이 검찰총장을 통하지 않고 검사들에게 수사비를 지급하는 게 정당한지 묻는 재판부에 대한 답변이었다.

주심판사가 ‘직제만 보면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법무부 측 소송대리인은 “답변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다시 자세히 조사해 말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번에는 재판장이 나섰다. 박 부장판사는 “사안이 중대해서 재판장이 몇 가지 묻겠다”며 “안 전 국장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면직이 됐고 두 사람이 같이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는데 왜 안 전 국장에 대해서만 항소했느냐. 위법성 정도가 다르냐”고 물었다.

이에 법무부 측은 “그렇게 판단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리인으로서 정확히 설명드릴 점이 없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혐의사실과 징계사실은 유사하냐”고 재차 물었고, 변호인은 이에 대해서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나 동일한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얘기하기가 적절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중요한 사건인데 제발 좀 적극적으로 변론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이 자기 산하에 있는 검사들을 만나 큰 수사한 후에 돈을 주고받는 게 왜 나쁜지 형사법을 떠나 행정적으로 어떻게 위법한지, 어떤 점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건지 얘기해달라”며 “징계사유로 삼은 ‘품위손상’이나 ‘국민신뢰 저하’는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고 말했다.

법원 로고 /이형석 기자 leehs@

안 전 국장 측은 “당시 회식 자체가 이 전 지검장이 ‘특수수사본부가 굉장히 고생했다, 수사비가 많이 부족해서 고생한 걸로 안다’는 취지로 특수활동비 지급을 요청해왔고 원고도 이에 대해 공감하며 같이 만난 것”이라며 “검찰국장으로서 수사비를 후집행 지급한 것이라 적법한 예산집행이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제발 형사법적인 얘기는 그만하고 행정법적으로 징계사유를 논하자”며 “실질적 위법성, 행정법상 징계의 위법성에 대해 서로 공방을 벌여야 법원이 판단을 하는 건데 양쪽 대리인들이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결국 재판장은 재판 말미에 자신이 생각하는 해당 사건의 위법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은 법무부장관이라고 하더라도 수사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사후에 회동하고 돈을 줬으니 검사 수사 독립성에 위배되는 게 아니겠느냐”며 “그게 바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게 아니겠느냐. 원고와 피고가 이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니까 재판장이 추론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의 수사업무나 판사의 재판업무는 불가매수성이 있다”며 “판사와 검사가 사전, 사후에 돈을 받는다고 하면 일반국민들이 수사나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겠느냐. 국가의 고유 업무로서 어느 누구든지 돈으로 살 수 없고 격려할 수 없는 게 검사의 수사 업무고 판사의 재판 업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열린 첫 변론기일 당시에도 “만약 판사들이 이렇게 했으면 검찰은 횡령이든 뭐라도 걸어서 수사한다고 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수사가 끝났다고 해서 두 보스가 만나 서로 아랫사람에게 돈을 주는 건 너무 천박하다”고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서지현(46·33기) 검사를 강제추행한 뒤 부당 인사 발령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구치소 수감 중인 안 전 국장은 변호인을 통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검사들에게 수사비를 지급한 데에 위법성이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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