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정부와 백악관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북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20일(현지시간) 오후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의 미군 무인 정찰기(드론) 격추 사건이란 대형 뉴스가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 주변에선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가 감지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애틀랜틱 카운슬 주최 포럼에서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해 “결과를 지켜보자”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함께 기조 연설에 나섰던 이도훈 한반도 외교부 한반도평화본부장이 “한반도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명한 것과는 온도 차이가 있었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20일 VOA의 논평 요청에 대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와 대북 제재 이행만을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제로 미국 입장에선 평양에서 나온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복합적이다. 일단 김 위원장이 ‘인내심’을 거론하며 북미 협상 복귀를 시사한 대목은 환영할 만하다.
김 위원장은 "과거 1년간 조선(북한)은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는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면서도 "인내심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성과를 기대한다"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이 과정에서 시 주석과 중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는 것이 달갑지는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시 주석이 북미 협상에도움을 주고 있다고 칭찬했고 때로는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이슈 해결을 돕는 것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시 주석과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주역’이 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핵 협상 테이블에 당당히 자신의 공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지속해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면서도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돕겠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중인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 = 중국 관영 CCTV 캡처] |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셈법’을 강조하면서 체제 보장과 안보 문제를 새롭게 부각시켜왔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핵 협상 테이블에 다시 복귀하더라도 시 주석을 등에 업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더구나 시 주석이 주요 20개국(G 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복귀 설득이라는 ‘선물’을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유력한 상태다.
이래저래 평양에서 손잡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며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