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K뮤지컬컴퍼니의 세 번째 월드프리미어 창작극 '엑스칼리버'
아더왕의 전설에 한국적 각색, 넘버, 화려한 무대 연출까지 풍성
김준수·카이·도겸·이지훈·박강현·신영숙·손준호·민경아 등 출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개막 전부터 '블록버스터급' '국내 최대 규모' '화려한 캐스팅' 등의 수식어로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엑스칼리버'(연출 스티브 레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옛말과 달리 시작부터 끝까지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웅장한 스케일로 눈을 뗄 수 없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장면 [사진=EMK] |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EMK뮤지컬컴퍼니가 '마타 하리' '웃는 남자'에 이어 내놓은 세 번째 오리지널 작품이다. 흔히 알고 있는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EMK만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아더왕의 영웅적 면모가 아닌 불안정한 인간의 성장 서사에 집중하며, 단순히 소모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었던 여성 캐릭터에 새로운 생명력도 부여했다.
극 중 아더는 불같은 성질을 가졌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와의 의리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마법사 멀린에 의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가슴 속 용을 다스려 엑스칼리버를 뽑고 왕이 된 아더는 의도치 않은 상처와 굴곡을 겪게 된다.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의 죽음, 사랑하는 아내와 형의 불장난, 여기에 색슨족의 침략까지. 거듭되는 고난은 아더를 더욱 단단하게 성장시킨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장면 [사진=EMK] |
신화적인 존재인데다, 자칫 이기적이게도 보일 수 있는 아더를 설득시키는 건 배우 김준수의 몫이다.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드라큘라' '데스노트'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김준수의 성장이 확실하게 보여진다. 엑스칼리버를 뽑기 전 순수했던 청년기를 거쳐,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거칠게 분노하다 인내하는 모습까지 안정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무엇보다 3000석 이상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혼자서 이겨내는 무대장악력이 대단하다. 폭발적인 가창력은 물론, 깊어진 감성으로 연기도 늘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감탄을 자아낸다. 다만 어설픈 칼싸움은 조금 아쉽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장면 [사진=EMK] |
작품은 아더뿐 아니라 랜슬럿, 모르가나, 기네비어, 멀린까지 각 캐릭터의 서사를 구체적이고 촘촘하게 엮어내면서 스토리의 개연성과 설득력을 높였다. 특히 활을 쏘고 남성에게 당당히 맞서는 캐릭터로 변모한 기네비어, 멀린과의 러브라인이 더해지며 복수의 이유가 명확해진 모르가나 등 새롭게 해석된 여성 캐릭터의 변모가 눈에 띈다.
촘촘해진 서사보다 더욱 놀라운 건 무대 스케일이다. 숲 한복판에 있는 듯한 세트부터, 엑스칼리버가 꽂힌 바위산, 모르가나가 갇혀 있던 수녀원, 내면의 용을 형상화한 왕실, 색슨족과의 전쟁터까지 다양한 무대 세트가 극의 화려함을 더한다. LED를 활용해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공연 중간 마치 4D를 보는 듯한 용의 입체적인 시각 효과와 바람 등이 생생함을 높인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장면 [사진=EMK] |
특히 70여 명이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 장면은 200t이 소모된 비까지 더해지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각종 철기들이 부딪히며 내는 굉음, 전사들의 고함소리, 조명, 음향, 스모그 등 장치로 인해 뮤지컬 무대에서 보지 못했던 장관을 완성한다. 물론, 극적 서사를 강조하기 위해 싸움 말미 연출한 슬로우모션은 꼭 필요했나 싶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등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을 위해 11곡 이상 새로운 넘버를 작곡한 그는, 한국과의 오랜 인연을 통해 한국 정서에 너무나 잘 맞는 대중성 있는 곡을 선보인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편안하면서도 서정적인 곡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장면 [사진=EMK] |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 역사를 쓴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오는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