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최대 12% 고평가됐다는 의견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과 유로존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이 환율 조작 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날을 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미국의 외환시장 개입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데 골몰한 가운데 금 매입을 추천한 의견이 나오는 등 환율전쟁 경계감이 고조된 상황과 맞물려 IMF의 주장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됐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IMF는 주요국의 연례 통화 가치 및 재정 평가 보고서에서 미국의 단기 경제 펀더멘털을 근거로 달러화가 6~12% 고평가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위적으로 평가절하됐다고 주장하는 위안화와 유로화, 엔화는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IMF는 진단했다.
하지만 독일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감안할 때 유로화의 실질실효 환율이 8~18% 가량 저평가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위안화의 경우 중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데 따라 최저 11.5% 평가절하와 최대 8.5% 평가절상을 근간으로 한 IMF의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전했다.
달러화가 고평가됐다는 이번 IMF의 판단은 주요국의 환율 조작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최근까지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압박과 측근들에게 강달러 해법을 주문한 것은 직접적인 환시 개입을 예고하는 움직임이라는 데 월가는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신흥국이 앞장섰던 것과 달리 미국 주도의 환율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IB 업계의 예상 시나리오가 주요 외신을 통해 연일 공개되는 가운데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내고 금 매입을 추천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달러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주요국이 경쟁적인 환시 개입을 단행, 환율이 널뛰기를 연출할 여지가 높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냉전 속에 올들어 10% 가량 급등한 금값이 환율전쟁 리스크와 연준의 금리인하에 기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도이체방크는 내다봤다.
한편 IMF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내년 글로벌 경제에 4550억달러의 손실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역 신경전과 무질서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지구촌 경제에 가장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또 주요 교역 상대국에 대한 중국의 무역수지가 균형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제로’에 근접한 것은 이를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대규모 관세가 아니라 시장 원리에 입각한 교역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IMF는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